지방은행의 장기 성장률이 시중은행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사람과 기업이 떠나는 ‘지방소멸’ 현상 탓에 먹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의 순이익은 1조 4505억 원으로 2015년의 9214억 원에 비해 약 57% 성장했다. 반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 지난해 순이익이 12조 2205억 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197%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한 2015년 이후 8년간 지방은행들의 성장률은 주요 시중은행의 3분의 1에도 이르지 못한 것이다.
지방은행은 지속적인 순이익 하락세로 고전했지만 정부가 2015년 영업구역을 본점 소재 지역 외에 수도권(경기도)까지 확대해준 뒤 그나마 성장세로 돌아섰다. 실제 지방은행의 2014년 순이익은 7992억 원으로 2010년(8922억 원)에 비해 10% 줄어든 상태였다. 지방은행들의 경영난을 인지한 정부는 2015년부터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방은행들은 수도권 공략에 적극 나서며 위기를 벗어났다. 지방은행의 순이익은 2015년 9214억 원으로 반등에 성공한 후 2023년 1조 4505억 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구역 확대 조치가 없었다면 지방은행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며 “법에 묶여 좀처럼 먹거리를 찾지 못했던 지방은행들이 기사회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도권 영업이 허용된 2015년 이후에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실적 격차는 여전하다. 지방소멸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올 3월 발간한 ‘지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국 경제성장률 기여율은 2001~2014년 51.6%에서 2015∼2022년 70.1%로 약 20%포인트 높아졌다. 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기업도 줄면서 지역 경제의 기여도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역 경제 침체, 금융 환경의 변화 등으로 지방은행의 어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지방은행의 영업구역 확대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