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종전부터 낙태권·기후변화 대응까지 ‘백가쟁명’

대부분 평화시위 약속…일부 시위자 “맞서 싸울 것”

1968년식 폭력사태 우려해 접근차단·체포 등 강경책 준비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열리는 나흘간 일리노이주(州) 시카고 거리에선 사회 구성원들의 온갖 주장들이 울려 퍼질 전망이다.

민주당 대의원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하고,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동안 전당대회 장소인 유나이티드 센터 외부에선 전국에서 모인 시위대가 마이크를 잡게 된다.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움직임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시카고에 모인 시위대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구성됐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카고에 모일 시위대는 낙태권 사수를 위한 활동가부터 기후변화와 노조, 경제정의를 주장하는 모임 등 200개가 넘는 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진보 신학자 코넬 웨스트와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가 참여하는 시위도 예정돼 있다.

미국에서도 좌파나 급진적으로 분류되는 세력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지지만, 이들과 성향이 다른 단체의 시위도 예고돼 있다.

친(親)이스라엘 단체인 전미이스라엘회의(IAC)는 시카고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의 석방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아직 시카고 당국으로부터 집회 허가를 받지 못한 IAC는 개인 소유의 부지를 임대해 행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극우성향 단체들의 맞불 시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위대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인만큼 시카고 당국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한 1968년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베트남전 반전 시위가 격렬하던 때에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었다가 대회장 밖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는 시련을 겪었다.

경찰의 강경 진압과 시위대의 폭력이 맞물린 1968년 시카고 전당대회는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전당대회’라는 불명예로 기록됐다.

일단 시 당국은 전당대회 장소인 유나이티드 센터 주변을 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시위대는 유나이티드 센터로부터 2개 블록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거리로는 약 300m 이상이다.

당국은 시위대가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대규모 체포도 불사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물건을 투척하거나, 시내 건물의 유리를 깨는 행위 등이다.

시카고 경찰 관계자는 “시내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지역 법원도 대규모 체포 가능성에 대비해 영장 심사 등을 맡을 판사들이 전당대회 기간 일정을 비워놓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대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일 경우,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시카고는 중부 지역에서도 각종 사회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으로 꼽힌다.

시카고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공항으로 가는 도로를 막고, 시 의회 건물을 점거하는 등 당국과의 물리적인 충돌도 불사해왔다.

특히 전당대회 기간 시카고에 모인 시위대 중 대다수는 평화시위를 약속했지만, 일부는 당국의 통제 요구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시위 지도자 중 한 명인 마이클 보이트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정통성이 없을 뿐 아니라 범죄나 다름없다”며 “시위대가 전당대회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트가 이끄는 단체는 시카고 시내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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