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시 핵무장론 힘받을 가능성 제기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할 것이 자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앞두고 핵무장론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유력 언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심으로 일부 한국인은 그들 자신의 핵을 원한다’ 제하 기사에서 내놓은 진단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자체 핵무기 개발을 금기시해왔지만, 트럼프 변수로 인해 미국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한국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또 핵무장론이 한국 주류 정치권의 담론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상도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인들은 미국의 핵우산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최종현학술원이 지난 2월 한국인 1천43명을 대상으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사일 기술 개발을 통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지를 묻자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응답이 60.8%에 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2.8%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 76.8%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 독자 핵 개발 지지 여론이 높음을 확인한 것이다.
최근 한국 내 보수단체들이 핵무장을 위한 국민 1천만 서명운동을 펼치겠다고 나선 것도 한국 내 여론 변화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단체들은 지난 14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핵무장을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기사와 유사한 내용을 지속해서 전해왔다. 지난 2022년 4월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에서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동맹 훼손·막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현실성 제약
우크라이나 사태를 본 많은 한국인이 과거 핵 개발 포기가 ‘실수’였음을 우려한다면서 그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 6월에도 북한과 러시아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이 아시아 군비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미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의 핵무장 용인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미국 내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기사는 트럼프의 재등장이 현실화할 경우 한미 동맹의 미래에 불투명성이 가시화될 수 있는 우려가 한국 내 독자 핵무장론을 더욱 부추기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를 250대나 생산해 전방에 배치한다고 발표하는 등 노골적인 대남 위협을 하고 나섰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대 배치 기념행사 연설에서 “특수한 물리적 힘 전술핵의 실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성을 제고하게 됐다”고 말해 발사대 대량 배치로 핵 위협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드러냈다.
이처럼 북한과의 핵 불균형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예측하기 힘든 성향의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승리할 경우 한국 내 핵무장 지지여론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 내에 2만8천500명 규모의 미군을 주둔시킨 미국과의 동맹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을 감안할 때 자체 핵무장론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NYT는 전했다.
또 한국의 핵 관련 기술이나 핵 원료가 부족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