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활숙박시설의 ‘준주택’ 전환을 지원한다. 아파트 착공 물량이 줄면서 주택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빌라·다세대 등 비(非)아파트를 강화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서울·수도권에 위치한 생숙 대부분이 역세권 등 주요 입지에 위치한 만큼 용도전환 사례가 늘어나면 주택공급의 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생활숙박시설 제도 개선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 말부터 전국 10만 실의 생활숙박시설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만큼 수분양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전환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우선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공시가격의 10%가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을 매입 목적에 따라 시차를 두고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투자, 혹은 영업을 목적으로 여러 실을 매입한 것과 실거주를 목적으로 매입한 경우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컨대 100실 이상 매입했는데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경우는 빠르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계도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상황에 맞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등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거주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오피스텔 용도변경 특례기간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지자체 재량에 따라 작년 10월 특례 종료 전 접수한 건들에 한해 부분적으로 용도전환 허가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생숙의 경우 주차대수를 200㎡당 1대 이상 두고 복도폭이 1.5m를 넘기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요건을 오피스텔과 동일하게 △주차대수 가구당 1대 이상 △복도폭 1.8m 이상 등으로 갖출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과 같이 ‘준주거’로 허용해주겠다는 것이다. 오피스텔 건축기준에 적용되는 △발코니 설치 금지 △전용 출입구 설치 △바닥난방 설치 제한 △전용면적 산정 방식 등 규정도 완화한다.

다만 시장에서 요구하던 주차대수 조정 등 기준 완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주거를 허용할 경우 인근 주거지의 불편함이 가중될 수 있을 뿐더러 이미 추가 부지를 확보해 오피스텔 전환 허가를 받은 사업장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다. 생숙 입지가 공업지역에 위치해 있는 등 기존 지구단위계획을 뜯어고쳐야 하는 경우도 지자체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근 부지를 확보해 주차 공간을 마련하는 등 주거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면 언제든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기준이 맞지 않는데도 이름만 주택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3년 만에 골칫덩이 된 생숙

생숙은 호텔·모텔과 달리 취사가 가능한 숙박 시설로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주택 관련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전매제한 규제 등도 없어 부동산 급등기인 2017년부터 주택의 대체제로 급격하게 수요가 증가했다. 투자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오피스텔로 용도를 전환하도록 2년간 특례기간을 뒀다.

현재 문제가 되는 생숙은 시행령 개정 이전 분양된 것들로 전국에 약 10만 실 규모로 추정된다. 수분양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가 방임하는 동안 시장에서는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며 광고하며 잇따라 분양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국민권익위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생숙 제도가 도입된 후 7~8년간 전국에서 신개념 주거로 분양·홍보하고 실제로 입주해 사용하고 있었는데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행정예고없이 방치했다”며 “묵시적 시그널을 주면서 시장에 신뢰를 형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에서 제시한 용도변경 특례규정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지구단위계획(입지적 기준)과 주차·피난기준(물리적 기준) 등은 실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건축법령에서 직접 배제규정 등을 정해야 하는데도 지자체의 조례 개정이나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해결하도록 책임을 떠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는 “실제로 부산시의 경우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시 부설주차장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주차장 조례 개정안을 2022년 1월 의원입법 발의했으나 지방의회에서 특혜시비로 좌절됐다”며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나 실효적인 대책 없이 책임을 입주자 개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생숙은 전국 592개 단지 10만 3820실이며 이가운데 약 1.1%에 해당하는 1173실만이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완료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생숙은 처음부터 숙박시설이었다고 강조했다. 2013년 건축법에 편입될 때부터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로 구분된 만큼 주거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법 원칙과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거주자의 안전은 물론 숙박업으로 정상 사용 중인 생숙과의 형평성, 주거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 상태 그대로 준주택 편입은 부적합하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용도변경을 최대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우후죽순으로 공급된 생숙은 수분양자는 물론 건설업계에도 시한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 마피가 붙은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자 금융권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생숙에 대한 잔금대출을 축소한 상황이다. 전세를 놓을 수도,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수분양자들은 파산밖에 답이 없다고 토로한다. 자금이 납입되지 않으면 시행사는 중도금·잔금을 대위변제한 뒤 수분양자들을 대상으로 압류 등 법적 절차를 밟게 된다. 실제로 ‘속초 카시아’를 시행한 마스턴PFV는 일부 계약자들의 중도금 대출 약 1200억 원을 대신 갚은 바 있다.

문제는 시행사들도 길어진 시장 침체로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을 시행한 고려자산개발은 최근 금융권과 105억 원 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만기 연장을 논의 중이다. 회사의 지난해 현금및현금성자산(211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시기 분양미수금은 594억 원으로 불어났다.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공급자와 계약자 모두가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생숙도 도심 내 주택 공급에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용도전환 문턱을 낮추고 지자체들에게 이를 수용하도록 하는 제도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0
0
Shar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