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비서 ‘제미나이 라이브’를 탑재한 신형 픽셀 모바일 기기 시리즈를 공개했다. 픽셀9 스마트폰은 사진·음성 AI 기능을 대거 도입하는 한편 D램도 대폭 늘렸다. 픽셀 버즈 프로2는 신형 칩셋 도입을 통해 AI 음성 단말로 진화했다. 안드로이드 진영 ‘표준(레퍼런스) 기기’인 픽셀 시리즈에 선제적으로 모바일 AI 기능이 도입되며 애플 아이폰과 경쟁하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도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 시간)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스마트폰 픽셀9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3,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2 등을 공개했다. 픽셀9 시리즈는 같은 날 공개한 제미나이 라이브를 기본 탑재해 AI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다른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를 유료로 구독해야 라이브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나 픽셀9 시리즈 구매자들에게는 1년간 무료로 제공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출시와 함께 선보인 AI 사진 편집·생성 기능에 더해 사진 2개를 합성해 촬영자까지 한자리에 있는 듯 합성해주는 ‘애드미’ 기능도 제공한다. 그간 호평받았던 카메라도 화소 수가 크게 늘었다. 전작보다 화면을 키운 픽셀9 프로는 6.8인치 대형 ‘XL’ 모델이 추가됐고 폴더블폰 픽셀9 프로 폴드는 역대 폴더블폰 중 가장 큰 8인치 화면을 장착한 동시에 두께는 얇아졌다. 모든 스마트폰은 신형 텐서 G4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한편 D램 용량도 늘렸다. 폭증하는 AI 처리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픽셀 버즈 프로2는 전작보다 작고 가벼워졌을 뿐 아니라 ‘텐서 A1’ 칩을 처음 탑재해 소음 제거 기능도 2배 강력해졌다고 한다. 구글은 “소음 제거와 음악 재생이 독립적으로 연산돼 정확하고 몰입감 높은 소리를 전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AI ‘핸즈프리 단말’ 기능이 추가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어폰을 착용 중이라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더라도 AI에 음성 명령을 내리며 소통할 수 있다. 픽셀 워치3은 AI로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했다.
구글은 픽셀 시리즈를 한국에 정식 출시하지 않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 전략 파트너인 삼성전자의 ‘본진’에 손대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력 시장인 북미 점유율도 3% 선이다. 구글이 픽셀 판매로 큰 수익을 얻기보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테스트베드’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미나이 라이브 선제 적용 또한 표준적인 안드로이드 AI 활용 예를 제시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안드로이드 진영을 이끄는 삼성전자에도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를 별도 개발하고 생성형 AI 제미나이는 구글이 진보시켜 안드로이드 진영에 배포하는 역할 배분 덕분이다. 이를 통해 애플이 오픈AI와 손잡고 아이폰에 도입할 애플 인텔리전스와의 경쟁에서도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