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구글의 기업 분할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안드로이드·크롬 브라우저나 광고 부문을 분사해 검색과 연계된 독점력을 떨어뜨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실행될 경우 1984년 AT&T 해체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 분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법무부가 구글 검색 시장 독점 판결에서 이어지는 선택지로 기업 분할을 고려 중”이라며 “분할 이외의 독점 규제 방안으로는 경쟁사에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강제하거나 인공지능(AI)에서 이점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 등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유력한 분할 대상으로는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크롬 인터넷 브라우저 부문이 지목된다. 온라인 문자 광고 플랫폼인 구글 애드도 분사 대상으로 언급된다. 분할은 검색과 여타 사업 부문을 쪼개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검색 시장의 90%, 스마트폰 검색 시장의 95%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 검색에 모바일·인터넷·광고 생태계가 더해져 독점성이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이달 5일 이뤄진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법원은 구글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2021년 한 해에만 263억 달러(약 36조 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지급해 모바일과 PC 검색 시장을 장악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렇게 얻어낸 높은 검색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문자 광고 가격을 별다른 경쟁 없이 꾸준히 인상해왔다고 봤다. 구글 전체 매출의 75%가량은 광고에서 나온다. 실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올 2분기 매출 847억 4000만 달러 중 76.3%인 646억 달러를 광고로 벌어들였다.

법원은 별도 재판을 통해 구글에 내릴 구체적인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별도 재판’에서 내려질 결정 중 강제 분할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분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구글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재판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소 도중 구글이 정부 요구를 수용하며 변화 의지를 보인다면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MS) 분할 시도처럼 이번 소송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MS는 법무부와 합의를 통해 분할을 피했다.

미 법무부가 구글을 분할하는 대신 데이터·기술에 대한 경쟁사 접근을 허용하도록 강제할 수도 있다. 구글 애드를 매각하는 대신 다른 회사의 검색엔진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상호 운용을 요구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독점 기업에 경쟁사 기술 접근을 요구하는 방안은 1956년 첫 AT&T 소송과 MS 반독점 사건에서도 해결책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안드로이드를 강제 분사시킬 경우 애플의 모바일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독점 소송으로 또 다른 독점기업의 독점성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미 규제 당국의 고민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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