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하워드카운티 보건국
한식 문화에 대한 몰이해

한인 식당에 과도한 규제
한인 요식업주들 ‘골머리’

“김치를 불량식품 취급하다니…”

지방 보건당국이 한식 문화를 대표하는 김치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단속을 벌이고 있어 해당 한식당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문제는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의 한인 상권이 형성돼 있는 엘리콧시티에서 대두되고 있다.

엘리콧시티의 코리아타운에 밀집한 한식당 업주들은 이 지역 관할 위생당국인 하워드카운티 보건국이 코로나 사태 직후부터 단속 수위를 높여왔다며, 검열 횟수가 기존보다 2~3배 늘어난 데다 재검사도 깐깐해져 통과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 김치에 대한 검사관들의 이해가 부족해 발효식품인 김치의 산도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인해 단속을 당하는 한인 업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발된 업소들은 김치 담그는 것이 금지돼 김치공장에서 김치를 구입해야 하는 등 불경기로 힘든 상황에서 이중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인근 버지니아주 등 타주에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한 식당 업주는 “주 마다 식품위생 관리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하워드카운티가 까다롭게 김치의 상온 보관을 문제 삼는 것은 김치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김치의 특성에 맞게 법규를 시정하도록 당국에 건의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달 전에 한식당을 인수한 한 업주는 “김치의 산도 규정이 까다로워 더 이상 익힌 김치는 내놓지 않고 샐러드식 김치로 대체하고 있다”며 “당국의 규정을 따르긴 해야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번 주말에 탕 전문집을 처음 오픈하는 업주는 “인스펙션이 까다롭다는 소문을 듣고 겉절이로만 김치를 내기로 해 큰 문제 없이 통과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년 동안 한식당을 운영해온 한 업주는 “김치나 떡, 김밥, 반찬 등에 한식을 고려하지 않고 양식의 잣대를 적용하고 있어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한식당 업주들이 힘을 합쳐 한식에 맞는 별도 규정을 적용받도록 한 목소리를 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워드카운티 보건국의 규제는 식품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식 조리 장비에게까지 적용되고 있어 한식 문화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차별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식을 조리하기 위한 국수 뽑는 기계, 파채 기계, 밥솥, 육수를 차게 보관하는 용기 등도 NSF(국립과학재단) 인증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기계를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쓰던 기계도 사용을 중단시켜 기존 메뉴에서 음식을 빼거나 반찬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 업주들의 호소다.

[미주 한국일보 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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