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은 미국내 여행 대신 해외로…”저소득층은 이미 소비 여력 바닥”
미국의 경기침체 진입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 종료 이후 ‘보복소비’로 활황을 이뤘던 미 여행 업계가 업황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호텔·여행 기업들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 내 소비자들의 여가 수요가 무기력해졌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온라인 여행정보·예약대행 업체 익스피디아를 비롯해 메리어트, 에어비앤비, 힐튼 등 주요 호텔·여행 업체의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부진'(softness)이란 용어가 총 16차례나 등장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내 여가 소비 둔화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소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경우 미국 밖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미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여름 미국 주요 공항들의 이용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주로 국제선 이용객 증가에 힘입은 것일 뿐 국내선의 경우 항공사들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항공권 할인을 하는 상황이다.
저소득층은 이미 여름휴가에 돈을 쓸 여력이 바닥난 상황이라는 게 여행 업계의 판단이다.
호텔 체인 힐튼의 크리스 나세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발표에서 “저소득층은 현재 부채를 늘리고 있고 가처분 소득이 줄어 여행을 포함해 무엇이든 할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고소득층은 외국으로 떠나고 나머지 미국 국내 여행객들은 비용 절감을 추구하고 있다 보니 미국 여행 업계로선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물론 여행 업계 내에서도 세부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숙박·식사비가 모두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전략을 취해 온 크루즈 선사들은 최근 소비자들이 이 같은 패키지를 선호하면서 오히려 반사 혜택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호텔·여행 업황은 향후 소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경제 전문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점이다.
대부분 소비자가 주거비와 식료품비 등 필수 품목 지출을 하고 난 뒤 여름 휴가비로 얼마를 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에 뚜렷한 하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