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 호소하던 고용시장 급랭
판매직원·청소원 등 신규채용 줄어
감원도 수두룩···경기침체 우려 확대
최근 미국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고용주들은 소매판매·청소원 등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를 채울 인력이 부족하다며 하소연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채용을 줄이는 등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올 들어 노동시장 둔화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수요가 넘쳤던 시간제 노동시장에서도 위기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시간제 노동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소매판매원, 창고 관리, 가정부 등 저임금 시간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던 고용주들이 최근 들어 관련 인력의 구인 공고를 취소하거나 기존 직원들을 내보내는 사례들이 나타나면서다.
실제 보스턴국제공항에서 청소 인력을 관리하는 ABM인더스트리의 경우 최근 회사 앞에 ‘현재 인력 채용이 없다’는 표지판을 새로 세웠다. 보육 시설 업체인 브라이트호라이즌스패밀리솔루션스도 과거보다 직원 채용이 수월해졌다.
방위산업 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는 군함 제조에 필요한 일용직 노동자들을 쉽게 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외식 체인 업체인 BJ레스토랑은 얼마 전까지 일할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채용 박람회까지 열었지만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근로자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는 분위기다. 수십 년 동안 레스토랑 서빙 관리자로 일해왔던 매트 뉴웰 씨는 6월 별다른 걱정 없이 직장을 그만뒀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일자리를 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지만 지금 면접을 진행하는 단계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WSJ에 말했다. 기존 인력을 내보내는 곳들도 수두룩하다. 가령 미국의 농기계 제조 업체 존디어의 경우 11월 이후 시간제 인력의 약 15%를 감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통계 수치에서도 일정 부분 확인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6월 미국의 구인율은 4.9%로 집계된다. 2022년 4월 7.2%에 이르던 미국의 구인율이 5%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구인율은 전체 일자리에서 빈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수치가 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주의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미국의 구인율은 5.3% 수준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3~4%대를 오가던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최근 들어 노동시장의 냉각을 우려할 만한 수치가 잇따르는 만큼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WSJ는 “화이트칼라 분야에서 목격됐던 이상 징후들이 시간제 노동시장에서도 포착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은 수백만 명의 근로자를 비롯해 미국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