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감축법·반도체과학법 시행 2년…기업 투자 차질”
“수요 둔화·선거철 정책 불확실성 여파”…”해리스 선거운동에도 불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의 제조업을 재건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는 구상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과 관련해 주요 미 제조업 투자 프로젝트의 약 40%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청정 기술 개발과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2022년 8월 IRA와 반도체과학법을 시행하며 4천억달러(약 548조7천억원) 넘는 세제 혜택, 대출, 보조금을 국내외 기업들에 ‘당근’으로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변화 대응과 미 제조업 부활 등을 내세웠지만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광물 사용 등에 불이익을 주는 등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을 소외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FT는 IRA, 반도체과학법 시행 첫해에 발표된 1억달러(약 1천370억원)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 가운데 40%가량인 총 840억달러(약 115조1천500억원) 투자 계획은 두달에서 몇년간 연기되거나 무기한 중단된 것으로 파악했다.
보류된 주요 프로젝트 중에는 에너지기업 에넬의 10억달러(약 1조3천700억원) 규모 오크라호마주 태양광 패널 공장, LG에너지솔루션의 23억달러(약 3조1천500억원) 규모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애리조나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시장 상황 악화와 수요 둔화, 선거철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계획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미국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고 외국 기업 공장도 유치해 일자리와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베팅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FT는 지적했다.
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블루칼라’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부문 성과를 활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개발·산업전략 특별보좌관인 알렉스 자케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건설과 제조업을 부양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고 반박했다.
그는 “물론 (지연 또는 중단된) 프로젝트가 가능한 한 빨리 시작되고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허가나 자금 조달과 관련된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