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의 시대에도 라디오는 흐른다

최근 라디오 DJ로 복귀를 알린 김창완(왼쪽)과 이문세. 라디오 시장의 위기론에도 라디오는 꾸준히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SBS 러브FM '김창완의 저녁바람' SNS, MBC 표준FM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 SNS

TT·유튜브 등 뉴미디어 중심 시장 재편 속 레거시 미디어, 사장길로
다시 불거진 라디오 위기론, 그럼에도 가치 있는 이유는
“라디오, 공공성 지키며 만만해져야”…현직 PD가 전한 혜안은

라디오 시장은 정말 위기일까. OTT,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시장의 재편 흐름 속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미디어 매체)의 위기론이 여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또 한 번 라디오 시장의 존폐 위기론이 대두됐다. 과연 라디오는 급격한 미디어 시장의 변화 속 제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스마트폰의 보급과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 변화 속 최근 미디어 시장은 OTT,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한 뉴미디어가 장악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시청 점유율을 자랑하는 유튜브는 짧게는 2~3분, 길어도 10분 이내의 숏폼 콘텐츠를 폭발적으로 양산시키며 대중의 시청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정보를 보고, 듣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른바 래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전통 미디어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일찌감치 ‘시청률 무용론’이 제기된 TV는 물론 신문, 잡지 시장도 크게 축소됐다.

라디오 역시 시장의 변화 속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앞서 TV의 등장에 따라 청취율이 급감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겪었던 라디오는 유튜브, OTT 스트리밍 시대에서 이전보다도 더욱 거센 위기를 맞았다. 방송 PD들조차 라디오가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을 정도니, 라디오 시장의 고민은 날로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도 라디오가 갖는 의미와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라디오가 앞으로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길 바라는 이유다.

매일 같은 시간 2~3시간의 방송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음악을 전하는 라디오의 포맷은 분명 짧은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최근의 시청 패턴과는 상반되지만, 사연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DJ와 청취자의 즉각적인 소통과 이를 통한 정서적 교류는 뉴미디어는 물론 TV조차 쉽게 따라가기 어려운 라디오만의 강점이다. 실제로 오랜 시간 같은 시간을 지켜온 라디오 프로그램은 청취자들에게 단순한 ‘방송’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감동과 공감을 전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라디오는 많은 이들에게 일상의 한 부분이자 추억이 되어 왔다.

뉴미디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플랫폼 사용료나 데이터 이용료 등을 지불해야 하지만, 라디오는 누구나 제약 없이 듣고 즐길 수 있다는 ‘접근성의 용이함’도 라디오의 장점이다. 라디오를 들으려면 수신기가 필요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차량 등이 널리 보급된 지금은 라디오를 듣고자 하면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상태다. 몇 시간씩 볼 만한 콘텐츠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매 시간 다채로운 이야기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라디오의 매력이다.

올해 라디오 PD로서 20년 차를 맞은 SBS 러브FM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의 정한성 PD는 라디오의 위기론에 대해 “20년간 라디오를 하면서 늘 ‘위기’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라며 “제가 생각한 해답은 라디오가 계속 만만해지는 것이다. 라디오는 서민적인 매체라고 생각한다. 이용료 없이 5,000원짜리 수신기 하나만 있으면 어떤 방송이나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라디오는 그 어떤 것보다 공공성에 충실해야 한다. 결국 청취자들에게 서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정 PD의 말처럼 청취자들에게 보다 서민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노력 외에도 라디오 시장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보고 듣는 콘텐츠에 익숙해진 청취자들을 위해 일찌감치 ‘보이는 라디오’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대중에게 호감도가 높은 인물들을 꾸준히 DJ로 발탁하며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라디오의 장점은 살리되, 새로운 매력을 전할 수 있는 코너 발굴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다.

숏폼의 시대에도 라디오는 계속 흐를 수 있길 기대하면서, 최근 새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김창완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라디오는 누구나 와서 떠먹을 수 있는, 사시사철 어디서든 흐르는 약수 같은 게 아닐까요. 구정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계속 맑은 물을 붓는 것처럼, 라디오도 그렇게 맑고 깨끗한 방송을 흘려보내는 약수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홍준표, 국힘 대선후보 적합도 선두에 “본선 준비 철저히 할 것”

洪 12%, 韓 10%, 金 9%, 安 8% 순"이번 주말 지나면 경선구도 안정될 것""중범죄자 통치막고 선진대국시대 열 것" 홍준표 국민의힘 ...

트럼프 “中과 관세문제 대화 중…향후 3~4주내 협상 타결 기대”

시진핑과 직접 소통 질문에는 즉답 안해…"中과 좋은 협정 맺을 것" "美보다 다른 나라가 관세 협상 더 원해…결정은 우리가 한다" 도널드 ...

‘비자 취소’ 미 유학생들, 트럼프 정부 대상 소송 잇따라

캘리포니아 이어 미시간에서도 "비자 취소는 위법" 소송 "美비자 취소된 유학생 최소 900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불법 이민자 차단과 반유대주의 ...

미-우크라 광물협정 다음 주 서명 임박..

트럼프..젤렌스키에 "최고의 지도력 아니다" 발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다음 주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

中관영매체 “무역전쟁 확전은 달러 위기 초래”…

"미국 국가부채 5경1천조원…무분별한 관세 부과로 국가 신뢰도 갉아먹어"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중국 경제·무역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

출생증명서 제시에도 구금된 미국 시민, ICE의 불법 구금 논란

조지아 출신 20세 청년, 플로리다에서 체포 후 시민권 증명에도 석방 거부돼 조지아주 출신의 미국 시민 후안 카를로스 로페스-고메즈(20세)가 플로리다에서 교통 ...

“적법 외관도 안 갖춰”…법원, ‘트럼프 추방정책’ 고강도 질책

법원 판단 저항에 "패배할 전략…법치주의 가치, 행정부도 알 것" 엘살바도르 잘못 추방된 합법체류자 사건 법무부 항소 기각 미국 연방법원이 엘살바도르로 ...

트럼프, 중국 해운에 초강수… “미국 항만 이용시 선박당 최대 21억원 부과”

조선업 되살리기 위한 강력한 압박책… 중국 불공정 경쟁 견제 겨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선박과 중국 해운사에 대한 대규모 항만 ...

LA 카운티서 한인들 잇단 교통사고 사망

▶ 다운타운서 70대 보행자 ▶ 롤랜하이츠선 30대 남성▶ 모터사이클 주행 사고도 최근 LA 카운티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한인 2명이 연달아 사망한 ...

타운 등 홈리스 방화 ‘심각’… LA 화재 1/3 달해

▶ 노숙자 인구 증가세 속▶ 방치 건물·쓰레기에 불 ▶ 6년간 화재건수의 32%▶ 한인타운서도 잇단 피해 지난 6년 동안 LA 한인타운을 ...

이정후, 9회 대타로 나와 내야 안타…시즌 타율 0.348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26)가 대타로 나와 내야 안타를 쳤다. 샌프란시스코는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

김시우, PGA 투어 RBC 헤리티지 첫날 공동 21위…임성재 31위

토머스 10언더파 단독 선두…세계 1위 셰플러 3타 차 2위 김시우와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그니처 이벤트 중 하나인 RBC 헤리티지(총상금 2천만달러) ...

개그맨 이진호, 불법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 후 검찰 송치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개그맨 이진호(39)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씨를 도박 혐의로 지난 15일(한국시간) 송치했다고 17일 ...

하이브vs민희진, 주주간계약 해지에 풋옵션 소송까지..병행 심리 결정

하이브가 걸 그룹 뉴진스(NewJeans,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를 만든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을 상대로 낸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이 ...

효민, 서울대 출신 금융맨 남편은 ‘79년생’..10살 나이 차 극복

걸 그룹 티아라 멤버 효민이 '금융맨' 남편과 10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17일(한국시간) 스타뉴스 취재 결과, 효민의 남편으로 밝혀진 ...

침묵 택한 유학생들…비자 박탈·추방 공포 속 생존 전략

고개 숙이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분위기 팽배…정치적 발언도 자제강화된 비자·입국 심사에 캠퍼스는 침묵과 불안으로 얼어붙어 최근 미국에서 유학생들의 비자 취소가 ...

[속보]미국 출생 의사에게 미국을 떠나라니..

펜실베이니아 출생 의사, 국토안보부로부터 "미국을 떠날 시간" 이메일 받고 충격 코네티컷에 거주하는 의사가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

남가주 주택 가격 상승 둔화..경기 침체 우려 때문인듯

지난달 남가주 주택 시장이 둔화추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3월 남가주 6개 카운티의 평균 주택 가격은 87만5천908 달러, 전달에 비해 0.38% 상승에 ...

[속보]LA 한인타운 8가 (구) 동일장 건물 화재…

노숙자 방화 의심 사례 급증... 지역사회 안전 비상 오늘 오후 1시 37분, LA 한인타운 8가와 호바트 인근(3454 W 8th St)에 ...

“법적 신분도 안전 보장 못해”, 합법이민자 위협하는 추방 정책..

합법 이민자, 영주권자도 불안... 전문가들 "이민자 권리 약화는 모든 미국인 권리 위협" 미국 내 이민자들은 법적 신분에 상관없이 점점 더 ...

[속보]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총격 사건으로 2명 사망, 6명 부상..(종합)

셰리프 아들이 모친 총기로 자행한 충격적 캠퍼스 테러 [탤러해시, 플로리다]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위치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FSU) 캠퍼스가 또다시 총기 폭력의 ...

일라이 릴리,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3상 임상 성공

당뇨 환자 체중 7.9%↓·A1C 최대 1.6%p 감소...주가 14% 급등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계열 신약 ...

“공무원들은 배부르고 시민들은 굶주린다” 오클랜드 시 초과근무 수당 횡령 스캔들

'무능한 공직사회' 170만 달러 횡령... 2억8천만 달러 적자에 소방서 폐쇄까지 오클랜드 시 공무원들이 수년간 무단으로 초과근무 수당을 챙겨온 충격적인 사실이 ...

연방 대법원.. 출생 시민권 제한 시행 여부 5월에 심리

연방 대법원이 오는 5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일시적으로 허용할수 있는지에 대한 구두 변론을 청취하는등 심리에 들어갑니다 ...

패사디나 메트로 역에서 칼부림… 1명 중태

시에라 마드레 빌라 역에서 30대 남성 칼상 입어범행 동기 아직 밝혀지지 않아 한 남성이 17일 오전 패사디나 메트로 역에서 칼에 ...

트럼프 정국에 민주당은 내부 갈등으로 폭발 일보전

민주당 차세대 진보파, 현역 의원 교체 선언...세대교체 움직임 본격화 미국 민주당이 2024년 대선 패배 이후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젊은 진보 ...

뱅크 오브 호프 장학생 신청 접수 개시

뱅크 오브 호프가 2025년도 장학생을 선발합니다 뱅크 오브 호프 산하 호프 장학 재단이 2025 호프 장학금 신청 접수를 개시했습니다. 장학생 ...

미국판 ‘강남좌파’, AOC와 버니 샌더스 고가전용기 타고 유세..

"입으론 평등, 행동은 호화…샌더스·AOC의 '전용기 위선' 도마 위에"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하원의원이 '올리가르히와의 전쟁'을 ...

S&P 500·나스닥 반등, 다우존스 하락세로 시작..

유나이티드헬스 실적 충격에 다우지수 하락하고 나스닥·S&P 500은 상승 미국 증시는 전날의 급락세 이후 4월 17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보이며 출발했습니다. S&P 500과 ...

관세영향으로 LA 지역 주택 건설업계 불황에 고전..

수입관세 불확실성과 산불피해 복구로 남가주 건설업계 이중고 LA 지역 주택 건설업계와 부동산 개발업계가 새로운 수입 관세 정책으로 인해 극심한 불확실성에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