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상승하면 혈관 확장돼 다리에 머무는 혈액이 많아져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특히 늘어나는 질환이 있다. 다리 정맥 판막(밸브)에 이상이 생겨 지름 3~4㎜ 이상 혈관이 울퉁불퉁 돌출되는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varicose vein)’다.

정확한 질환명은 ‘만성 정맥 질환(만성 정맥 부전)’이지만 보통 하지정맥류로 통한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대부분 여성(69%·2020년 기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7~8월에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하지정맥류 환자는 40만776명으로 10년 전(18만6,407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정맥류, 여름에 많이 발생

정맥은 동맥을 거쳐 몸을 순환한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혈관으로 압력이 낮고 혈류 속도가 느려 관성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맥은 표재성(表在性) 정맥, 심부(深部) 정맥, 이들 두 정맥을 연결하는 관통 정맥 등으로 나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표재성 정맥 압력이 높아져 발생한다.

확장된 혈관이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혈액 역류로 다리 통증이나 무거운 느낌을 주게 한다.

일반적으로 가족력·임신·비만·운동 부족·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흡연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지정맥류가 여름철에 많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기온이 올라가면 혈관이 팽창한다. 이 때문에 정맥 기능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조원철 강릉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혈관이 팽창되면 다리에 혈액이 많이 머물면서 주변 근육·피부·신경 조직을 압박한다”며 “오래 지속되면 정맥 압력이 높아지고 혈액 역류를 막는 판막이 손상돼 하지정맥류가 생긴다”고 했다.

다리가 자주 붓고 저리면 의심해야

하지정맥류가 생기면 다리 통증(경련통, 둔통, 자통 등), 피로감, 작열감, 안절부절증 등을 포함해 가려움증, 피부가 어두운 색깔로 변하는 색소 침착, 피부 궤양 등이 생긴다. 심하면 심부 정맥 혈전증(deep venous thrombosis)과 폐색전증도 일으킬 수 있다.

심부 정맥 혈전증은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장거리 비행 시 이코노미 클래스의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있던 승객에게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조 증상은 별로 없지만 다리가 자주 붓고 저려 쥐가 나거나 발바닥이 화끈거리는 증상, 다리에 피로감이 지속되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야 한다.

다리 정맥이 돌출되지 않은 하지정맥류도 의외로 많다. 박상우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다리 핏줄이 울퉁불퉁 불거져야 하지정맥류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 같은 증상이 없더라도 하지정맥류인 환자가 우리 병원에서만 10% 이상이었다”고 했다.

하지정맥류 진단은 혈류 속도·양을 측정하는 도플러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혈관 조영술 등으로 이뤄진다. 치료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가 시행된다.

수술로는 고위 결찰(High ligation) 및 발거술(Stripping)과 정맥류 절제술이 있다. 사타구니와 무릎 아래 몇 군데를 피부 절개해 병든 정맥 조직을 제거하는 것으로 절개 상처가 남지만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정맥 내 열치료 요법(Endovenous Heat Therapy)’은 늘어난 정맥 내로 레이저 광섬유 또는 고주파 섬유를 넣은 다음 레이저나 고주파를 쪼여 병든 정맥으로 혈액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 밖에 ‘초음파 유도 정맥 내 접착제 주사 요법(베나실)’ 등이 있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약물 경화 요법(Sclerotherapy)이 있다. 치료 후 재발된 정맥류, 정맥 기형, 관통 정맥, 정맥성 궤양 등으로 수술이 어려울 때 시행한다.

전흥만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생활 습관을 바꾸면 증상을 적지 않게 개선할 수 있다”며 “수술한다고 해도 치료법 발달로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고 했다.

흡연·과음·’맵짠’ 음식 삼가야

하지정맥류는 혈관 질환이므로 혈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흡연과 과음, 맵고 짠 음식 등을 삼가야 한다.

비만 및 변비는 즉시 치료하는 게 좋다. 복부 비만과 변비는 복압 상승을 일으키는 동시에 혈관에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과도한 호르몬제 복용은 금물이다.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한편 근육을 이완한다. 이때 혈관도 같이 이완돼 하지정맥류가 발생할 수 있다.

요즘 같은 더위에는 다리를 뜨거운 곳(햇볕, 사우나 등)에 오래 노출하지 않는 게 좋다.

하지정맥류는 주로 장시간 서 있거나 앉은 상태로 일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어 규칙적인 운동(경보, 자전거 등)이 필요하다.

운동하기 어렵다면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잠잘 때나 쉴 때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고, 누운 자세에서 20~30㎝ 정도 높이가 있는 쿠션에 다리를 올리는 것도 증상 완화와 예방에 좋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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