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중화권 부진에 전체 매출 감소
아르노 LVMH 회장, 세계 3위 부자 내줘
소비 위축, 中 경쟁업체 성장한 영향도
중국의 소비 위축으로 명품업체를 비롯한 식음료, 패션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 당국이 각종 소비 진작책을 쓰고 있지만 중국인들이 소득 여부에 상관 없이 주머니를 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둔화된 상황에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탓에 가성비가 뛰어난 중국산의 인기가 높아진 점도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이들 유통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8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일본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자료를 인용해 유니클로가 지난 5월까지 최근 9개월 동안 중국 본토와 홍콩 등 중화권에서 5225억 엔(3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니클로 전체 매출의 22.1%를 차지하며 점유율은 1년 전보다 0.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유니클로는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증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 중국 내 경쟁 심화와 검소해진 소비자들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타케시 오카자키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의 예측과 비교할 때 중화권 실적이 부족해 전체 매출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판매가 저조했던 데는 소비자들이 유니클로의 가격이 비싼 반면 할인 혜택은 적다고 느끼는 경향이 컸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유니클로 제품 품질이 가격에 비해 좋지 않다는 불만도 많이 제기됐다.
유니클로측은 “물류, 원자재, 인건비가 증가함에 따라 2023년 6월 이후 여러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고 인정했다. 유니클로 중국 매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직원에게 최대 44%의 임금 인상을 실시했다. 앞서 일본에선 2023년 3월부터 일본 내 직원 급여를 최대 40%까지 인상하기로 발표하고 임금을 올렸다.
중국 내 저렴한 대안이 등장하며 유니클로의 판매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유니클로의 베스트셀러 중 많은 제품이 핀둬둬와 1688.com 등 중국 할인 플랫폼에 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올라와 있다.
중국 로컬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도전도 거센 상황이다. 중국 1위 패스트패션 업체인 어반 레비보(Urban Revivo)는 올해 618 세일 기간인 5월 20일부터 6월 20일까지 티몰 쇼핑 플랫폼에서 여성 의류의 총 상품 가치가 유니클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어반 레비보의 모회사는 하위 브랜드 번라이(Benlai)도 출시해 유니클로와의 경쟁 구도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유니클로는 부진한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 내 매장 오픈, 제품 믹스 등의 전략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MVH) 그룹 회장. AFP연합
명품업계의 큰 손이기도 했던 중국의 부자들마저 지갑을 닫으면서 매출이 줄어든 루이뷔통, 디올, 버버리 등의 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루이뷔통과 크리스찬 디올 등을 소유한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은 아시아 지역 2분기 매출이 14%까지 감소했다. 최대 명품 소비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위축된 탓이다. LVMH의 주가는 올 들어 약 13% 하락하며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 3위 부자 자리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에게 내줬다.
단순히 중국 내 경기 부진이 글로벌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하기에는 중국 내 경쟁업체의 위협도 만만치 않다.
스타벅스는 올해 2분기(4~6월) 중국 매출이 7억 3400만 달러(약 1조 102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스타벅스 전체 매출이 91억 1000만 달러(약 12조 5390억 원)로 전년 대비 0.6% 감소한 것에 비해 하락폭이 훨씬 크다.
스타벅스의 매출은 1년 이상 운영 매장(동일 매장)의 매출이 전년 대비 3% 감소한 영향이 크다. 미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으나 북미 이외 지역은 7%, 중국의 경우 1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의 매출 감소가 회사 전체 매출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중국 토종브랜드 루이싱커피에 매출 1위 자리를 빼았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 분기 전년 대비 성장세는 이어갔지만 올해는 1분기에 이어 2분까지 연속으로 매출이 줄었다.
중국 내 커피 업계는 올 들어 출혈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외 브랜드 모두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가격 경쟁을 촉발한 브랜드는 중국 커피업계 후발주자인 코티다. 루이싱의 9.9위안보다 저렴한 8.8위안 커피를 내놓은 코티때문에 소비자들은 저렴한 커피에 몰리는 추세다.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커피 평균 가격이 20위안대인 캐나다 프랜차이즈 팀홀튼도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 매장. 로이터연합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뒤쳐진 애플은 계속해서 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애플의 아이폰은 2분기 중국 판매 순위가 6위까지 추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분기 아이폰의 중국 판매량은 약 970만대로 전년 대비 6.7% 줄었다. 애플의 점유율은 16%에서 14%로 줄어들며 비보(19%), 오포(16%), 아너(15%), 화웨이(15%), 샤오미(14%) 등 1~5위 중국 브랜드에 모두 밀렸다.
이들 브랜드 외에도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의 식음료 업체도 중국 시장 매출 감소라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크리스 켐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분기 실적을 두고 “중국의 소비 심리가 매우 약하다”고 토로했다. 중국 매출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맥도날드는 중국 내 매출 감소의 영향으로 2분기 글로벌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하겐다즈를 보유한 식품 제조업체 제너럴 밀스의 CFO인 코피 브루스는 “중국 소비자 심리가 실제로 악화하거나 침체됐다”고 말했다. 제너럴 밀스는 중국 내 순 매출이 2분기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CNBC에 따르면 코카콜라 역시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매출이 성장한 반면 중국에서의 매출은 줄었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의 중국 시장 매출도 감소했다.
CNBC는 “미중 간 긴장 속에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국내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의 소비 둔화로 인해 9일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3%로 예상되고 있다.
코카콜라. 로이터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