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서울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 2027년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대책인 만큼 가시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 부동산 양도소득세 완화를 통한 매물 증가와 재건축·재개발 시 공공기여(기부채납)를 대폭 줄여 사업성을 증폭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특례법인 재건축·재개발 촉진법(가칭)을 제정해 현재 서울에서 진행 중인 총 37만 가구 규모의 정비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정비사업 과정 중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 과정을 통합하고 사업시행 인가와 관리처분 인가도 동시에 처리하기로 했다. 또 재건축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요건을 기존 75%에서 70%로 완화하고 동별 동의 요건도 기존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3년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동의율 5%를 채우는 데 5년씩 걸리는 곳도 상당수”라며 “동별 동의 요건을 낮춘 것도 한강 변 등 일부 동이나 알박기를 노린 상가 조합원들의 반대로부터 자유로워져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 개선을 위해 용적률도 완화한다. 향후 3년간 역세권 정비사업의 용적률 추가 허용 범위를 기존 법적 상한의 1.2배에서 1.3배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3종 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360%에서 390%까지 높아진다. 일반 정비사업도 법적 상한의 1.1배를 추가로 허용해 3종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최대 330%로 높인다. 서울시는 보정계수를 적용해 용적률 완화에 따른 의무 임대주택 공급 비율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3종 주거지역(용적률 300%)의 임대주택 공급 용적률은 25%에서 15%로 줄어든다. 단 규제지역과 대책 발표일 이전 사업계획 인가를 신청한 곳은 제외된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공급 의무 비율도 폐지한다. 현재 과밀억제권역의 재건축 사업은 전용 85㎡ 이하를 건축 가구 수의 60% 이상, 재개발 사업은 80% 이상 건설해야 한다. 이 밖에 정부는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초기 자금 지원과 대출 보증 규모를 연간 10조~15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확대하는 등 세제·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외 지역에 한해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의 분양 가격이 12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최대 40% 범위 내에서 취득세를 감면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재건축부담금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대폭 개선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 자금 지원과 공적 보증 강화 등은 결국 개별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는 대출”이라며 “추가 분담금을 감수할 여력이 있는 정비사업장에만 긍정적인 내용으로 전체 정비사업 시장이 크게 탄력받기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도 “애초 사업성이 낮은 노원구 등의 재건축 사업 여건이 좋아지기에는 부족한 대책”이라며 “목동과 여의도 등 재건축 지역의 아파트값을 오히려 더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폐지하겠다고 밝힌 재건축부담금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등은 국회 법 개정 속도에 따라 정책 현실화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절반이 입법 사안으로 실현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시적인 공급 확대 시그널을 위해서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인하와 재건축·재개발 시 공공기여분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공사비 상승이 정비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만큼 획기적인 공공기여 조정이 필요하다”며 “매매 매물 수 증가를 이끌어내기 위한 양도세 인하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연내 3기 신도시 착공을 통해 공급절벽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입주 시점이 일러야 2027년인 만큼 매수 대기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역부족한 상황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올해 인천계양(1100가구)을 시작으로 내년에 고양창릉(1800가구), 하남교산(1100가구), 부천대장(2000가구), 남양주왕숙(3100가구) 등 총 800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재건축 조기 추진과 신규 택지 확보, 그린벨트 해제를 전제로 2027년 이후 입주 가능한 중장기 대책인 만큼 당장 집값과 전셋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3기 신도시가 시장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으로 단기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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