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직원 제지로

외국인 심사대 이용 속출
“법무부 교육 강화 필요”

재외동포들이 입국심사를 받을 때 내국인과 동등하게 ‘국민 입국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조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동포 김모(37) 씨는 국민 입국심사대에 줄을 섰다가 공항 직원의 제지로 외국인 입국심사대로 가야 했다. 김씨는 공항 직원에게 “재외동포들도 한국인과 같은 입국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직원은 “외국인등록증이 없으면 안 된다”고 거절했다.

김씨와 함께 국민 입국심사대에 줄을 섰던 중국 동포들도 같은 이유로 외국인 입국심사대로 이동했다. 이들은 재외동포(F-4) 비자가 있다는 내용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출입국 당국의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결국 김씨 측은 법무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는 오래전부터 재외동포의 자긍심을 북돋우고 신속한 입국 절차를 지원하기 위해 내국인 여권 창구에서 대면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법무부가 출입국 직원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반대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등 출입국 당국에 재외동포 입출국 시 내국인 대우를 하라는 취지로 공문을 내려보냈고, 올해 초에는 해당 사안에 관한 홍보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재외동포청도 지난 6월 출범 1주년을 맞아 ‘재외동포와의 대화’를 개최하면서 “정부는 최근 재외동포들이 국민 입국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동포들이 모국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외동포에 대한 내국인 대우 조치는 2009년 처음 시행됐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2013년 6월 전국 출입국기관장과 해외주재관을 대상으로 한 회의에서 제도 개선을 지시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재외동포가 내국인 대우를 받으려면 대면 국민 입국심사대를 이용해야 하며, 외국인등록증이나 국내거소신고증, 영주증 등이 있는 재외동포는 자동출입국심사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입국심사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3월 입국한 A씨는 “국민 입국심사대에 줄을 섰는데 안 된다고 해서 다시 외국인 입국심사대 줄에 섰다”고 밝혔지만, 4월에 입국한 B씨는 “미국 시민권자인데 국민 입국심사대로 가라고 안내해줬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미주 동포 C씨는 “한국 정부가 재외동포 입국심사 시 내국인 대우를 해준다는 기사를 스크랩해서 보여줬는데 시민권자라 안되는 거지만 이번만 해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동포사회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법무부가 출입국 직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내용이 담긴 배너 등을 눈에 띄는 곳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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