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 경기 침체 우려에 촉각
버핏 ‘애플 지분 매각’도 매도 심리 자극
기술주 ‘올인’했던 헤지펀드 매도 가능성
“올해 가장 인기 있었던 주식들이 처분되고 있다.”
아시아 증시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 최근 미 주식 시장의 동향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이같이 표현했다. 지난 2일 미국 고용지표 발표로 증폭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와 맞물려, 미국 투자자 사이에서 매도 기류가 더욱 확산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특히 올해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했으나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어 ‘거품’ 의혹을 받아 온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가 그 대상이다.
실제로 뉴욕 증시 급락은 미국 투자자들의 공포를 엿보게 했다. 2일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고점(1만8,671.07)보다 10% 넘게 하락한 1만6,776.16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매그니피센트 7’ 중에서는 애플을 제외한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테슬라·아마존·메타 모두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미 미국 기술주와 ‘손절’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6개월간 애플 보유 지분을 약 1,743억 달러(약 237조 원)어치에서 절반 수준인 842억 달러(약 115조 원)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버킷의 선견지명이었다’며 그의 행보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미국 전문가들이 나서서 “과잉 반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할 만큼, 매도 열기가 과열되고 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헤지펀드 ‘태세 전환’이 관건”
주말인 3, 4일은 뉴욕 증시가 열리지 않아 현재로선 미국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월요일인 5일부터는 매도세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최대 걱정거리는 그간 기술주 상승을 견인해 온 헤지펀드의 ‘태세 전환’이다. 헤지펀드들은 올해 빅테크 주식에 사실상 ‘올인’을 해 왔는데, 이들의 자산 판매가 시작되면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산관리사 언리미티드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 모두가 위험을 줄이려는 연쇄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