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피하지 않아…경선 치르지 않고 선거기간 짧은 것도 유리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처럼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에게서 교훈을 얻고 있다고 정치매체 더힐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전략은 클린턴 전 장관과 대비되는데 우선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하지 않는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6년 대선 때 “난 그녀와 함께다”라는 선거 구호를 쓰는 등 자신이 당선되면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2016년 선거의 패배 원인을 분석한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자신을 대변하는 후보를 원하는 대중 영합주의 흐름이 강했던 시기에 이런 전략이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당선 시 첫 여성이자 첫 인도계 흑인 대통령이 되지만 그런 역사적인 의미를 별로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트럼프를 과거 회귀 세력으로 자신을 미래를 위한 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진흙탕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열하게 행동해도 맞서 싸우는 대신 도덕적 우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민주당은 트럼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는 ‘검사 대 중범죄자’로 선거구도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저말 시먼스는 “2016년에 민주당은 정치의 일반적인 규칙이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할 때도 적용된다고 믿고 있었다”면서 “2024년에 우리는 그런 규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이것은 글로브를 끼지 않은 길거리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선거 기간이 짧은 점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하다고 정치 평론가들은 분석한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바람에 상처를 많이 입은 채로 후보가 됐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후보를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녀를 후계자로 지목했고, 선거일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보다 통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민주당이 지지를 몰아주면서 손쉽게 후보가 됐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이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내며 수십년간 집중 조명과 공화당의 공격을 받은 것에 비해 해리스 부통령은 상대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다.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전략가인 수전 델 퍼시오는 “압축된 일정이 해리스에게 매우 도움이 된다”며 “너무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냥 나가서 해야 하며 그 덕분에 더 민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려지지 않은 후보와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후보 간에 고르라고 하면 나는 언제든 알려지지 않은 후보를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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