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물가와의 전쟁’서 한숨 돌리자 “고용도 동일하게 중시”

전문가들 ‘금리인하 여건 조성’ 인식…파월 “조건 맞으면 9월 인하 논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 인하가 적절해지는 시점이 임박했다며 9월 이후 통화정책 전환(피벗)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와 고용 상황을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를 내릴 여건이 이미 조성됐다며 9월 금리 인하 개시 전망에 더욱 무게감을 싣는 분위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경제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해 시장의 9월 금리 인하 기대에 부응했다.

◇ 통화정책 결정문 미묘한 변화…’인플레이션’ 대신 ‘두 정책목표’

연준의 정책전환 예고는 FOMC 위원들이 30∼31일 이틀에 걸쳐 토론한 결과를 담은 2페이지 분량의 통화정책 결정문의 미묘한 문구 수정에 담겼다.

우선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높은'(elevated) 대신 ‘다소 높은'(somewhat elevated)로 바꿔 표현 강도를 누그러뜨렸다.

연준은 또 “인플레이션 위험에 고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는 기존 표현을 “두 정책 목표 양측의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바꿨다.

그동안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정책 방점을 둬왔다면 이제는 연준의 다른 목표 중 하나인 고용 유지에도 동일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이날 연준 결정 후 “예상대로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고 (물가에 쏠렸던) 위험의 균형을 고용 쪽으로 이동시켰다”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 작년 7월 현 수준으로 높인 이후 1년째 유지해왔다.

그동안 연준 구성원들은 시장 안팎의 높아지는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해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자세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실기'(失期)에 따른 경제 충격 위험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과 같은 정책입장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 인플레 둔화하고 실업률 상승…전 뉴욕연은 총재 “침체 방어 이미 늦었을지도”

실제로 연준이 금리를 내려도 될 여건은 이미 갖춰진 상황이었다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신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확인됐고, 임금 상승을 촉발했던 고용시장이 냉각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6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2.5% 각각 상승,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속을 확인시켰다.

반면 6월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고용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간 가장 낮았던 시점과 비교해 0.43%포인트 높아졌으며, 경기침체 진입을 예고하는 ‘삼 법칙'(Sahm Rule)에 사실상 불이 들어온 상태라는 우려도 나왔다.

삼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 저점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진다는 경기침체 위험지표 중 하나다.

영향력 있는 전직 연준 인사들도 이런 배경을 들어 7월 금리인하 필요성에 불을 지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최근 기고문에서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침체를 막는 게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만 늘릴 것”이라고 말해 ‘실기론’ 우려를 대변했다.

지난 29일엔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이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를 압박(squeezing)하고 있다며 7월 조기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 파월 “인하 시점 가까워졌다는 게 대체적 인식”…시장기대 부응

파월 의장도 통화정책 결정문에 담긴 연준의 정책 전환 신호를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위원회의 대체적인 인식”이라고 위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검증(test) 조건이 충족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이르면 9월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의 9월 인하 기대에 부응하는 발언을 했다.

파월 의장은 또 “‘데이터 포인트'(data point)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며 위원회가 특정한 데이터 한두 개 발표에 반응해 정책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임을 특히 되풀이해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인플레이션 지표가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더라도 고용 상황, 물가·고용 관련 두 위험 사이의 균형 등 경제 데이터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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