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때 미국 이민·유럽서 활동… “한인 커뮤니티와 더 가까워지길”
“저보다 뛰어난 한국인 지휘자들도 이 기회를 얻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고, 한인 커뮤니티와도 더 가까워지면 좋겠어요.”
미국의 정상급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이 운영하는 지휘자 아카데미 ‘두다멜 펠로우’에 한인으로서는 처음 선정된 홀리 최(한국명 최현·33)는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2주 동안 야외음악당 할리우드 보울에서 열린 LA필하모닉 여름 연주회에 부지휘자 자격으로 참여해 단원들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두다멜 펠로우는 LA필하모닉이 유망한 차세대 지휘자를 선발해 1년 동안 활동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2009년 LA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부임해 만들었고, 15년간 49명이 거쳐 갔다.
최현 등 이번에 선정된 차세대 지휘자 4명은 틈틈이 LA필하모닉 공연, 유스 오케스트라 멘토링, 지역사회 프로그램 등에 참여한다. 최현의 LA필하모닉 공식 데뷔 무대는 내년 5월 17일과 24일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예정돼 있다.
그는 “두다멜처럼 어려서부터 지휘자를 꿈꾼 건 아니지만 음악과 예술,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10년 동안 살았던 고향 LA에서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현은 한국에서 태어나 10살 때 미국 LA로 이민을 갔다. 13살에 독학으로 클라리넷을 배우며 음악에 입문했고, 윈드 오케스트라 지휘 등을 하면서 음악가로 성장했다.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기반으로 여러 오케스트라 및 실내악단을 지휘하며 유럽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0년 9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열린 여성 지휘자 콩쿠르 ‘라 마에스트라’에서 51개국 220여명의 참가자 중 최종 6인에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최근까지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 거장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했고, 현재 독일 실내악단 ‘앙상블 리플렉토르’ 수석 지휘자를 맡고 있다.
최현은 앞으로 모국인 한국에서도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어릴 때 미국으로 왔지만, 한국 문화와 한식을 사랑한다. 한국인의 유머와 정을 기억하고, 애국심을 간직하고 있다”며 “다른 음악가들보다 늦게 음악을 시작했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 자랑스러운 한인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