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맞닿아 있는 버지니아주 북부의 라우든 카운티. 덜레스국제공항까지 차로 약 12분 걸리는 이곳은 인구 50만 명의 중소 도시지만 전 세계 디지털 트래픽의 70%를 처리하는 ‘인터넷의 수도’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세금 혜택에 약 240개의 데이터센터가 이 지역에 몰려 있다. ‘데이터센터 앨리(alley·골목)’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7월 26일(현지 시간) 데이터센터 앨리의 중심부인 애슈번에 들어서자 8차선 도로 양옆으로 축구장보다 큰 데이터센터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펼쳐졌다. 100m 높이의 대형 크레인들과 트럭들이 분주히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현장 관리인은 “맞은편에 보이는 곳도 데이터센터”라며 “이 일대 공사는 대부분 신규 데이터센터 아니면 변전소”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해당 현장에서 약 1㎞ 떨어진 곳에서는 지역의 핵심 전력 공급 업체인 도미니언에너지의 님버스 변전소 공사가 한창이었다.

미국 전역에 불고 있는 데이터센터 붐은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데이터처리 능력이 필수적이다. 구글 역시 올 4월 라우든 카운티에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를 투입해 지금의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급증에 전력 확보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도미니언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당 공급하는 전력 규모는 통상 30㎿지만 최근 들어 데이터센터가 대형화하면서 두세 배 규모의 전기 공급을 요청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 호주 등 주요 국가는 전력망 도전의 시대를 맞아 ‘그리드 리뉴얼(Grid Renewal)’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960년대 이후 60년 만에 전력망 재구축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리부트의 시대에 돌입했다”며 “한국 역시 전력망을 현재보다 1.6배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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