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찰, 부정선거 항의 시위대와 충돌 잇따라…검찰 “749명 체포”
집권당 측 “우리도 거리로” 맞불시위 준비설…양측 지지자 간 폭력사태 우려도
대선 개표 결과를 둘러싸고 ‘부정 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가 점점 더 격화하고 있다.
군과 경찰이 강력한 대응에 나서 곳곳에서 시위대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군 장병 가운데 사망자가 보고됐고, 야권 인사와 시민들에 대한 줄체포도 이어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양상이다.
베네수엘라 군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날 전국 여러 지역에서 공공기관 건물이 파손되고 국가 정체성의 상징물이 부서지는 등 폭력 행위가 이어졌다”며 “우리 장병 1명도 총상을 입고 숨졌다는 사실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군은 경찰관을 포함해 48명이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군은 이번 시위를 ‘제국주의 미국과 그 동맹국의 지원을 받는 미디어 쿠데타’이자 ‘패배를 예견한 정치단체들의 사전 계획에 따른 증오와 비이성의 표출’이라고 힐난하며 “군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우리의 최고 통수권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무조건적인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이번 시위를 ‘정부 전복’ 시도로 간주하고 사태를 통제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하겠다고 천명했다.
레미히오 세바요 내무·법무부장관은 국영 TV 방송 생중계를 통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를 저지하고 영토 내 평화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며 “차베스 동상 파괴 등 국가 분열을 획책하기 위한 직접적인 공격을 차단하고 범법자를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베네수엘라 검찰은 이미 시위자 중 700여명을 구금했다고 공개했다.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은 “소요를 주도하거나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749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며 “권력에 저항한 만큼 경우에 따라선 테러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핵심 인사 한 명도 붙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 민주야권 연합에 참여한 정당 중 한 곳인 볼룬타드 포풀라르(Voluntad Popular)는 엑스(X·옛 트위터)에 “프레디 수페르라로 정책고문이 납치됐다”며 “대선 개표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민주화 운동가에 대한 마두로 독재정권의 억압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썼다.
전날 밤 민주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우리가 파악한 결과 우리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는 약 620만표를 확보해, 270만표에 그친 마두로에 압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 대통령이 510만표, 곤살레스 후보가 440만표가량을 얻었다며 마두로 대통령 당선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일각에선 마두로와 곤살레스를 포함해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 10명의 총득표율이 109.2%를 기록했다며, 이는 ‘개표 부정’의 또 다른 증거라는 주장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은 집권당 측에서도 친(親)정부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우에 따라선 양측 지지자 간 물리적 충돌과 폭력 사태로 비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