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원 강릉으로 여행을 간 이 모(29)씨는 밤에도 후끈하게 달아오른 공기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씨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도시라 서울보다 시원할 줄 알았는데 실외로 나갔을 때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공기에 깜짝 놀랐다”면서 “양산을 쓰고 이동할 정도로 햇볕도 뜨거웠는데 밤에도 더운 날씨가 이어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 현상’이 6~7월 기준 역대 가장 무더웠던 여름으로 기억되는 1994년 이후 최다 일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 최저기온이 30도를 돌파하는 일명 ‘초열대야 현상’도 관측되는 등 밤새도록 이어지는 무더위에 시민들의 고충도 깊어질 전망이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전국 대부분 지역의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기록했다. 강원 지역에서는 ‘초열대야 현상’이 잇달아 나타났다. 30도 이상의 일 최저기온을 나타내는 ‘초열대야 현상’은 공식적인 기상학 용어는 아니지만, 한낮처럼 무더운 열대야 상황을 가리킬 때 쓰인다. 7월에 초열대야가 나타난 것은 강릉과 속초가 처음이다.
속초는 밤 최저기온이 30.6도에 달하는 등 7월 중 역대 가장 무더운 밤으로 남았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강릉은 이른 아침임에도 기온이 섭씨 30.4도까지 올라갔다. 동해(29.8도)·영월(26.1도)·봉화(24.6도) 등도 7월중 일 최저기온이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이외에도 서울 27.2도, 인천 26.6도, 원주 27.0도, 청주 27.3도, 울진 28.4도, 대구 26.3도, 서귀포 27.3도, 제주 26.6도를 기록해 열대야 현상이 전국적으로 관측됐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지속되는 열대야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상공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펼쳐치는 가운데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불어오면서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막고 있다”이라며 “특히 강원 영동의 경우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통과하면서 수증기의 응결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건조해진 공기가 지상으로 향하면서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게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관측된 6~7월 열대야 일수(6월 0.1일, 7월 7일)도 ‘역대급’으로 손꼽힌다. 이날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8일 열대야 일수는 7.1일로, 6~7월 열대야 관측일수 중 1994년(8.6일) 이후 30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2018년의 6~7월 열대야 일수 또한 7.1일(6월 0일, 7월 7.1일)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7월이 끝나기까지 사흘이 남은 만큼 2018년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는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중국 남부 내륙으로 상륙한 태풍이 함께 영향을 미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를 불어 넣고 있다. 우리나라 상공이 고온의 공기로 꽉 찬 셈이다.
전문가들은 열대야로 인한 불면을 극복하려면 취침 시 적정한 온도(18∼20도)와 습도(50∼60%)를 맞추고 잠자리에 들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고 저녁에 과식하거나 야식을 먹지 않는 것도 열대야를 잘 나는 요령이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