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에서 투표하면 다시는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민주주의를 끝내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싱어 해리스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는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폭력을 선동하고,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엔 헌법을 폐기하고 독재자가 되려고 한다”고 공격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보수 기독교 단체인 터닝포인트 액션이 개최한 행사에서 기독교 유권자의 투표율이 낮다고 지적한 뒤 “이번 만큼은 투표를 해달라. 4년 후에는 더 이상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너무 잘 고쳐서 투표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미국 내에서는 ‘이번 대선이 미국의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 측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민주적인 성향이 증명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방 상원에 도전하는 애덤 시프(민주당·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해 선거에는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만약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독재와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댄 골드먼(민주당·뉴욕) 하원의원도 “트럼프의 ‘더 이상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대로라면 스스로 독재자가 되겠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프라밀라 자야팔(민주당·워싱턴) 하원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소름이 끼친다”며 공격에 가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 기독교 단체를 이끄는 데이비드 레인 목사는 “미국이 건국의 아버지들이 설계한 대로 기독교와 성경에 기반한 문화적 전통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기독교인들이 앞으로도 계속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하더라도 기독교 유권자들은 계속 투표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논란이 확산하자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을 통합하고, 모든 미국인이 번영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취임 첫날에만 독재자가 되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