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금리인상 가능성에 엔화 강세…기술주 하락 폭 키워”
연준 인하 신호 나올지 주목…”소비재, 경기방어주 지위 약해져”
주요국 금리 결정과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증시가 지난주에 이어서 또 크게 출렁일지 주시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엔 미국과 일본, 다음날엔 영국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회의를 하고 금리를 발표한다.
또 ‘매그니피센트 7′(7개 주요 미 테크 기업)에 속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30일), 메타(31일), 애플·아마존(1일)과 함께 AMD, 퀄컴,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지난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테슬라의 실적 발표 후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하며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최근 신고가를 연거푸 갈아치우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2022년 이후 하루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끝에 주간으로 각각 0.8%와 2.1% 낮게 마감했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우려에 불이 붙으며 투매가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주에도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 아마존 등의 실적이 발표되며 고평가 논란이 계속 부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BoA의 권오성 주식 및 퀀트 전략가는 “AI에 관해 ‘보여달라’ 분위기로 옮겨가는 것 같다”며 “지금은 AI 수익성과 관련한 증거가 많지 않은 단계”라고 말했다.
프랜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솔루션즈의 선임 부사장 맥스 고크먼은 “기준은 역대 가장 높고 역풍도 역대 가장 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31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 후 9월 금리인하 신호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선 9월 금리인하를 거의 확실시하고 있고, 연말까지 인하 폭은 0.66%포인트로 보고 있다.
금리 경로를 가늠하기 위해 2일 나올 고용지표인 7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실업률도 기다리고 있다.
올스프링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트 밴 크론카이트는 “지금은 시장에 중요한 시기”라며 “사람들은 연준이 연착륙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중에 왜 기업들이 AI 사업에 그렇게 큰 비용을 지불하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이것이 폭력적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31일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 결과와 그에 따른 엔화 움직임도 관심을 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화는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입어 이달 들어 달러 대비 4.7% 급등했다.
스와프 시장에 반영된 일본 기준금리 0.15%포인트 인상 확률은 이달 초 25%에서 현재 50%로 올라갔다.
FT는 그 와중에 투자자들이 급하게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렴하게 빌려서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에 나서며 기술주 하락 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ING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 크리스 터너는 “트레이더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던 기술주 보유와 엔화 공매도가 지난주에 동시에 청산되는 모습이었다”며 “두 시장 간에 어느 정도 상호작용이 있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BoA 글로벌 외환 책임자인 아나타시오스 밤바키디스는 “엔 캐리는 올해 매우 인기 있는 거래였다. 자산을 줄이기 시작하면 다른 위험 자산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외환시장이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만약 일본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 엔화 가치가 급락해서 지난 26일의 153엔선에서 이달 중순에 기록한 달러당 161엔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FT가 전했다.
한편에선 지난주 주가 하락은 강세장의 과도한 거품을 없애는 건전한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도 있다.
크로우 캐피털 파트너스의 빈스 로루소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기술주들이 창출하는 잉여 현금 흐름의 양은 놀라울 정도”라며 “거품 여부에 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26일 오전 기준으로 S&P 500 기업의 69%가 주당 순이익이 작년보다 높았다.
실적이 기대 이하인 경우에도 주가 충격이 크지 않았다. 발표 다음 날 주가가 지수 대비 1.6% 부진했는데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소비재로 상승세가 옮겨가진 않을 것 같다.
WSJ은 소비재가 안전한 피난처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 이 업종은 세계적으로 판매는 늘지만, 미 저소득층 등에서 가격 결정력이 작은 모습이어서 전통적 경기 방어주로서 지위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