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주(州) 흑인 투표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박홍민 위스콘신-밀워키대 교수(정치학)는 26일 “11월 대선 때도 평소처럼 50%를 밑돌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만, 60%까지 올라갈 경우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라고 진단했다.
미국 대선은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 합계의 과반(538명 중 270명)을 차지하는 게임이다. 대부분 주는 지지 정당이 늘 같다.
예를 들어 항상 캘리포니아주 54명은 민주당, 텍사스주 40명은 공화당 차지다. 이를 합치면 양당이 매번 확보하는 선거인단 수가 얼추 비슷하다.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지 않은 몇 개 주가 선거마다 전체 승부를 좌우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번 대선 승부처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중서부 ‘러스트 벨트’(오대호 인근 쇠락 공업지대) 3개 경합주다.
원래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돼 왔으나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가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아왔다.
박 교수는 “공화당 지지층은 투표율이 높은 편이어서 민주당 지지층 투표율로 경합주 선거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이긴 것도 민주당 지지층의 저조한 투표율이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러스트 벨트 내에서도 펜실베이니아·미시간은 위스콘신보다 흑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래서 청년층 투표율이 더 효과적인 예측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박빙 구도에선 이슈 영향력 미미
박 교수는 올 초 정치학계에서 통용되는 예측 모델로 도출된 대선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예측 모델은 보통 선거가 있는 해 1월에 돌려 보는데,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대통령 국정 지지도처럼 여론조사와 무관한 지표들이 변수로 사용되지만 1960년대 이래 거의 틀린 적이 없다”며 “이번 대선은 공화당이 이기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본적인 토양이 공화당에 유리한 상황을 민주당이 뒤집을 방법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뿐이라는 게 박 교수 주장이다.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 정당은 좀체 바뀌지 않는 탓이다. 이미 어렸을 때 식탁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호감이나 반감이 정해지고, 투표는 이 감정에 따라 이뤄진다.
게다가 올해 선거는 어느 때보다 박빙 승부다. 전국 지지율로 승패가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국 단위 여론조사 자체는 큰 의미가 없으나, ‘진영 결집’ 역할을 할 수 있다.
각 당 지지층을 투표소로 향하게 만드는 동기를 접전 상황이 부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인플레이션이니, 이민이니, 낙태(임신중지)니 하는 이슈는 이런 박빙 구도에서 투표 정당이나 후보를 바꾸기보다 자신의 결정을 사후 정당화하는 기제로 사용될 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양당 간 이념 차이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당파성 극단화 탓에 선명하게 분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우선주의’라는 공통 정서가 저류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화당은 추상적 가치를, 민주당은 구체적 정책 득실을 각각 강조하는 전략적 차이만 있을 뿐 대중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정책 내용이 수렴하고 있다”며 “공화당의 임신중지 반대 철회와 민주당의 이민 반대가 그 증거”라고 짚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