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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서도 애들한테 시달릴래?” 에어비앤비 광고, ‘노키즈존’ 조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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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함께 노는 호텔 수영장, 불쾌하고 피해야 하는 곳으로 표현

글로벌 공유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가 어린이를 평화로운 휴식의 방해자로 묘사한 동영상 광고로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광고는 “또 호텔에서 아이들과 지내야 할까?”라고 물으며, 어린이가 없는 숙소를 권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광고는 23일 에어비앤비 유튜브 계정에 게시됐고, 국내에서도 한국어로 번역돼 송출됐다.

광고에서는 자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3명이 호텔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있다가, 수영복을 입은 여러 명의 아이를 맞닥뜨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보란 듯이 물에 뛰어들어 수영장을 차지한다. 광고 속 내레이션은 “드디어 아이들 없이 떠나게 된 여행”이라고 운을 떼며, “또 호텔에서 더 많은 아이들과 지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

어린이들이 많은 호텔 수영장(왼쪽 사진)을 피해야 할 곳으로, 어린이들 없이 어른들만 즐길 수 있는 단독 숙소(오른쪽 사진)를 평화로운 곳으로 표현한 에어비앤비 광고. [에어비앤비 유튜브]

이내 영상은 아이들 없이 수영장이 딸린 독채 숙소에서 여성들이 한가로이 물놀이를 즐기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뒤이어 “에어비앤비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세요”라는 문구도 등장한다.

어린이들 없는 곳이 평화로운 곳?

해당 광고는 소음 없는 장소에서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을 휴식에 방해되는 존재로 묘사하면서 ‘아이들 없는 곳=쾌적하고 평화로운 곳’이라는 인식을 퍼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광고 -

특히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19일 ‘이 광고, 저는 불편합니다’라는 글을 엑스(X)에 올리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었다.

정 구청장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공유숙박플랫폼 에어비앤비 광고를 보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라고 운을 뗐다.

그는 “광고 속에 등장하는 이들이 잠시 고된 일상을 내려놓고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그 휴식을 방해하는 존재가 ‘어린이’로 묘사된 건, 광고의 의도와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나아가 아동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적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이 광고를 접할 어린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2017년엔 에어비앤비가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하는 모습이 담긴 광고를 방영했던 점을 상기시키고, 업체 측에 “현재 방영중인 광고 송출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구청장의 이 글은 285만 명이 조회하고 6,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만 불편했던 게 아닌가 보다”라며 이 글을 공유하는 누리꾼도 많았다.

“어린이들이 자신을 ‘남에게 민폐 끼치는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어”

‘노키즈존'(어린이 입장 금지 구역)이 만연한 국내에서는 이런 광고가 더욱 어린이를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책육아·육아정보 전문 큐레이션 서비스 ‘우따따’를 운영하는 딱따구리 유지은 대표는 “에어비앤비가 과거에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의 광고를 많이 내보내던 곳”이라면서 “글로벌 광고이긴 하지만 이미 노키즈존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더 차별적인 맥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대표는 “안 그래도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자신이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들이 이런 광고에 노출될 경우 그런 생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딱따구리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해당 광고를 접한 누리꾼 139명 중 94%는 ‘노키즈존을 조장하는 광고와 사회 분위기는 분명한 차별’이라는 응답에 동의했다.

나머지 6%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도 중요하므로 차별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답에 동의했다. 한 누리꾼은 “초등학생인 자녀가 광고를 보고 ‘우리랑 같이 여행 가는 게 싫어?’라고 물었다. 너무 불편한 광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평화는 아이들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사람들의 태도가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냥 모두가 사회 구성원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노키즈·노시니어…노섬바디존까지

어린이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 구성원을 배척하려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인천의 한 헬스장은 ‘아줌마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을 입구에 붙이고, 안내문에는 아주머니와 여성을 구별하는 8가지 기준까지 제시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영국 BBC는 “특정 연령층에 대한 불관용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예 ‘노섬바디존'(다른 사람이 없는 구역)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섬바디'(somebody·누군가) 자리에 어린이뿐만 아니라, 노인·장애인·반려동물 등 특정 대상을 언제든 대입해 차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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