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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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수면 시간보다 질(質)이 문제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고 한다. 그럴까? 결론은 틀린 말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9시간 정도다. 보통 성인이 하루 평균 7~7.5시간 잠을 자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길다.

다만 고령인은 하루 평균 1시간 20분 정도 낮잠을 잔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일반 성인의 밤 수면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고령인에게서 수면장애는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국내 65~84세 고령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7.7%가 불면 증세를 호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긴 시간을 잠을 자면서 지내는데, 이를 통해 몸과 정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회복시키고 생체리듬을 유지하게 된다”며 “제대로 잠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 몸의 활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면역 기능 저하와 만성질환 위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기 수면장애는 수면 시간 아닌 질(質) 문제

수면장애란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낮 동안 잘 깨어 있지 못하고 졸림을 호소하는 상태, 수면 리듬이 흐트러져 어려움을 겪는 상태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잠자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다. 잠을 3~4시간만 자더라도 숙면을 취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병이 아니다. 반대로 8~9시간을 자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피곤하며 낮 시간에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수면장애일 수 있다.

노년기 수면장애 중 가장 흔한 것은 불면증과 1주기 리듬 수면장애다. 불면증은 잠들기 힘들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 수면 부족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낮 동안에 피로감과 졸음, 의욕 상실 등을 겪게 된다.

1주기 리듬 수면장애는 생체 리듬과 관련이 있다. 고령인이 되면 생체시계, 즉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뇌신경 기능이 감소하며 일주기 리듬이 일반 성인보다 조금 앞당겨진다. 이에 따라 수면 양상에도 변화가 생긴다. 대부분 오후 7~9시 사이에 일찍 잠이 들어 오전 3~5시 사이에 깨게 된다.

최윤호 교수는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 수면 유도 물질 멜라토닌은 해가 진 후부터 생성되기 시작해 새벽 2~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며 “고령인은 1주기 리듬이 달라지는 데다 멜라토닌 분비까지 원활하지 못해 시간이 갈수록 수면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이 밖에 과다 수면증과 기면증(嗜眠症),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REM)수면행동장애 등이 수면장애에 해당한다.

과다 수면증은 밤에 최소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는데도 낮에 과도한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다. 기면증은 이겨낼 수 없는 졸음으로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먹고 말하거나 걷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방치는 위험

코골이는 매우 흔한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5%는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중 호흡 이상이 시간당 5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할수록 자주 깨고 체내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낮 동안 심한 피로감과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 아침 두통, 무기력감,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을 유발하게 된다.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치매 등의 인지장애,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잠들 무렵 팔다리, 특히 다리의 특정 부위가 지속적으로 여러 불편감이 느껴져 잠들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전기가 흐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등 환자마다 불편감은 다르게 나타나고, 이는 움직임을 통해 나아진다. 심한 경우 통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을 꾸게 되는 렘수면이라는 수면 단계에서 비정상적으로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되고, 꿈과 관련된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일수록 흔하게 발생하고 파킨슨병과 같은 다양한 신경계 퇴행성 질환과 연관성이 높다.

최윤호 교수는 “노년기에 수면장애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치매와의 연관성 때문”이라며 “수면장애 환자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이 49%나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했다.

불면증은 수명 단축될 수도

불면증 원인은 다양하다. 고령인은 젊은 사람보다 낮 동안 활동이 적어 밤에 수면장애가 초래된다.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불면증이 올 수 있고 만성 호흡기 질환,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궤양, 만성 통증, 빈뇨나 요실금, 고혈압 또는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신체 질환도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 고령인은 약을 많이 먹는데 약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나타날 때가 많다. 요양시설이나 병원에 입원할 때 환경이 바뀌어 수면장애가 올 수 있다.

최윤호 교수는 “고령인의 불면증은 그 자체로 힘들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며 “하루 7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는 고령인은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고령인보다 건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면역을 약화시키고 결국 수명이 단축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수면 방해하는 생활 습관 개선해야

불면증을 예방하려면 수면을 방해하는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먼저 커피, 홍차 등에 많이 함유된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특히 늦은 오후 이후로는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잠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도 피해야 한다. 술은 처음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을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킨다. 또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수면과 관련 있는지 확인하고 바꿀 수 있다면 다른 성분으로 대체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먹다간 오히려 깊은 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낮 시간 동안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도 숙면에 도움을 준다. 낮잠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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