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방통위법 먼저 단독 처리
‘유일 대안’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실효성 의문···與 내부서도 ‘자조’

22대 국회 거대 야당의 폭주에도 집권 여당은 여전히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방송 4법’을 비롯한 주요 쟁점 법안들을 연거푸 강행 처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말고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거야 독주에 여당이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는 동안 민생 입법이 소외받으면서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전날부터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방송 4법 중 하나인 방통위법 개정안을 재석 183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방통위법에 반대해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방통위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를 4인 이상 위원의 출석으로 개의하도록 의사정족수를 신설하고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의결정족수를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방송 4법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전날부터 이틀째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인 이날 오후 강제 종결시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곧바로 또 다른 방송 4법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나머지 방송 3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를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정국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앞세워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 실효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에 관한 문제를 알리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반복되는 필리버스터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당 소속의 한 과방위 위원은 “야당의 쟁점 법안 강행 때마다 여당이 필리버스터 대안만 내세운다”며 자조적 반응을 보였다.

여당이 무기력하게 야당에 끌려다니는 사이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민생 법안들은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가 시급한 민생 현안과 경제정책을 외면한 채 특검과 탄핵안 남발 등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94건 정도인데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며 “국회가 더 이상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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