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에 사망 사고도 잇달아… “오전 10시 이후 하이킹 금지”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에서 한 외국 관광객이 맨발로 모래 언덕을 걷다 3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 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모래 언덕인 ‘메스키테 플랫 샌드 듄스'(Mesquite Flat Sand Dunes)에서 42세의 벨기에 남성이 양발 전체에 화상을 입은 뒤 구조됐다.
공원 관리 요원들은 언어 차이로 이 남성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정확한 경위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 남성이 모래 언덕 위를 잠깐 걷던 중 신고 있던 슬리퍼를 모래 속에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이곳의 대기 온도는 화씨 123도(섭씨 50.6도)였고, 지표면의 온도는 훨씬 더 뜨거웠을 것이라고 공원 측은 전했다.
공원 관리 요원들은 이 남성의 화상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고 헬기로 병원 이송을 시도했는데, 당시 극히 높은 기온으로 인해 헬기가 낮은 고도에서 비행할 수 없는 조건이어서 요원들이 이 남성을 훨씬 더 높은 지대로 옮기는 등 어려운 이송 과정을 거쳤다.
이 남성은 병원에서 3도 화상을 입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3도 화상은 피하 지방층의 아래와 근육 또는 뼈까지 손상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등급의 화상이다.
데스밸리에서는 지난 6일에도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바 있다. 당일 최고 기온은 화씨 128도(섭씨 53.3도)였다.
그다음 날 기온은 129도로, 2021년 이후 7월 기온으로는 최고치였다. 작년까지 데스밸리의 7월 평균 기온은 화씨 117도(섭씨 47.2도) 수준이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데스밸리에서 이달 들어 9일 연속으로 화씨 125도(섭씨 51.7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두 번째로 길게 125도 이상 기온이 지속된 기록이다.
데스밸리에서는 매년 여름 사고가 빈발하는데도 극한 고온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공원관리소는 방문객들에게 ‘극한 여름 폭염’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공원 측은 “섭씨 43도에서 54도에 달하는 고온을 예상해야 한다”며 “밖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오전 10시 이후에는 하이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공원 내 대부분 지역에서 휴대전화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생존을 위해 잘 준비하고 여행하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