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나무”·”과거의 짐”…’밈 세대’ 사로잡은 해리스 언사

‘K팝 스타일’ 팬 영상 봇물…”온라인 선거전의 새 장 열어”

민주당 내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정치권에는 없던 그의 독특한 연설 스타일도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민주당 내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비유와 젊은 층의 언어를 구사하는 그만의 독특한 연설 스타일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이 법조인답게 정확하고 세부적 사실에 기반한 말을 하면서, 여기에 자신의 어머니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일화나 비유 등을 활용해 지혜를 더한다고 짚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온라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리스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짧은 콘텐츠)이 된 ‘코코넛 나무’ 영상이 있다.

이 영상은 해리스 부통령이 한 연설에서 “모든 일에는 맥락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가 “너는 네가 코코넛 나무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줄 아니?”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비유적으로 가져온 것다.

이는 당초 공화당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지만, 해리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 후보로 등판한 뒤에는 해당 발언 뒤 호탕하게 웃는 모습과 어우러져 ‘밈 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전직 연설문 작성자인 게빈 레이놀즈는 가디언에 해리스 부통령의 가장 인기 있는 발언 중 일부는 해리스 부통령의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나온 것이라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어머니의 지혜로운 말들을 세상에 전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해리스 부통령이 애용하는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과거로부터의 짐은 던 채로”(What can be, unburdened by what has been)라는 구절도 관심을 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2020년 트위터 게시글에서 유색인종 아동들이 자신을 보며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적은 글의 일부다.

당시 그는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공직에 출마하는 것을 본다면 그들은 과거로부터의 짐은 던 채로, 앞으로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이나 인터뷰에서 같은 구절을 반복해서 쓰는 것이 누리꾼들에게 포착되며 하나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이 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를 세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가디언은 이 구절이 단순한 재미 외에도 해리스 부통령의 주체적인 삶의 태도와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했다.

베스 블럼 하버드대 인류학 부교수는 이 구절이 주변 환경에 굴하지 않는 개인의 능력을 지지하는 미국 사회의 오랜 가치를 담고 있다면서 “이 구절은 여러 인구 계층에게 이를 전하기에 충분히 포괄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리스 부통령의 개성 있는 언사는 온라인에서 각종 밈으로 재생산되며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 이후로 틱톡(TikTok)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를 다룬 각종 밈이 쏟아지며 해리스 캠페인의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밈들은 대부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들이 직접 편집해 올린 일종의 ‘팬 영상’으로, 조회수가 수백만을 넘기며 기존 지지층을 넘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WP는 K팝 팬 문화에서 비롯된 이러한 영상이 해리스를 마치 대중문화 아이콘처럼 다루고 있다고 짚었다.

K팝 아이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려고 팬들이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문화가 최근 들어서는 해외 팝스타는 물론 정치인을 대상으로도 확산하면서 일종의 온라인 ‘밈 부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예전부터 틱톡 등에서 지지자들이 만든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정치인 팬 영상이 만들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층까지 팬 영상 제작에 가세하고 있으며, 팬 영상으로 새로운 유권자들에게 해리스 부통령을 소개하고 기존 지지층은 더욱 결집시키는 등 ‘온라인 선거전’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 WP는 평가했다.

틱톡에서 인기를 끈 해리스 팬 영상을 만든 틱톡 이용자 린지 윤커(28)는 자신의 영상에 ‘방금 유권자 등록을 마쳤다’, ‘밈을 통해 해리스의 당선을 이뤄내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영향력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밈 열풍이 젊은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의 변화 분위기를 반영한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감정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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