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노선 견지 속 진보 강화, 자기 색깔 내며 집토끼 결집 시도
성소수자 문제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네타냐후에 팔 주민 고통 강조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실상 확정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운동 초반부터 자신의 색채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인자로 재임하는 동안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던 해리스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노조 행사 연설과 외국 정상과의 회담 및 관련 대언론 설명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기본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더 선명성을 부각하며 전사 면모 보여주기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교원노조 미국교사연맹(AFT) 전국 회의 연설에서 총기 규제, 낙태권 보장, 노조 강화 등 바이든 대통령이 유세 때마다 강조해온 이슈를 거론한 것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좀처럼 거론하지 않았던 성소수자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해리스는 일부 주의 공화당 의원들이 ‘동성애 언급 금지(Don’t Say Gay)’ 법(유치원에서 성 정체성 관련 교육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률)을 통과시킨 반면 자신은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2004년 동성 결혼식 주례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일부 젊은 (성소수자) 교사들이 해고가 두려워 (동성) 파트너와 찍은 사진을 내놓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거의 근본적인 자유를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며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을 향해 ‘덤벼.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또는 ‘한 판 붙자’는 의미인 ‘브링잇온(bring it on)’을 연달아 외쳐 청중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오후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뒤 그 결과를 설명할 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간 가자전쟁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을 강조했다.
하마스 축출을 위한 이스라엘의 권리를 인정하고, 하마스를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규정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지 기조를 견지했지만 동시에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고통을 거론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과 인도적 위기 상황을 종종 거론했지만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분명하고 단호하게 문제의식을 피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과 식량 공급난을 포함한 인도적 상황에 대해 각각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한 뒤 “우리는 이들 비극으로부터 얼굴을 돌릴 수 없다”며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쟁을 끝낼 때임을 강조하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3단계 휴전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의장을 맡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전날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선거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올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미시간주 등에서 ‘지지후보 없음’ 표가 무더기로 쏟아지며 표출된 바이든 행정부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지지층 내부의 이견을 적극 포용함으로써 등 돌린 집토끼들을 다시 붙잡으려는 차원도 깔려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