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차관 출신 등 서명…”트럼프 법치 무시·중대 위험 초래”
‘검사’ 대 ‘중범죄자’ 대결 시각…”해리스 법치 존중·대통령 적임자”
법무부 전직 당국자들이 각종 범죄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을 경계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를 예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에 나섰다.
25일 NBC뉴스에 따르면 40명 이상의 전직 법무부 관리들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서한에 서명했다.
서명자 중 최고위직 출신은 로레타 린치 전 법무장관이며 법무차관을 지낸 샐리 예이츠, 데이비드 오그던, 제이미 거렐릭도 동참했다.
이중 린치 전 법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2017년 흑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법무부를 이끌었다.
이들 전직 당국자는 서한에서 “이번 선거(대선)에 국가의 구조, 법치,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판돈이 이보다 클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대선 후보)은 우리나라와 글로벌 동맹, 민주주의의 미래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주기적으로 법치를 무시했다”며 첫 번째는 “위헌적인 무슬림 여행 금지”였고 마지막 행위 중 하나는 “선거 결과와 미국 국민의 의지를 거스르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시도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7년 1월 여러 무슬림 국가의 시민들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하며 연임에 실패하자 대선 결과 뒤집기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부 전직 당국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고 과거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점 등을 언급하며 그가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치고 국가를 이끌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의 법무부를 감독했다”며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법 집행기관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했고, 미국 소비자를 위해 싸웠으며, 미국인을 먹잇감으로 삼는 사람들에 맞서 싸웠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대 서명 참여자들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집권 시절에도 법무부에서 일했던 인사들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시 사법부 장악에 나설 것을 우려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법무부 전·현직 직원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경력을 볼 때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법치와 법무부의 전통적인 독립성을 훨씬 더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미 법무부 내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검사 출신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범죄 혐의를 받는 점을 들어 이번 대선을 ‘검사’와 ‘중범죄자’의 대결 구도로 보는 시각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앤서니 콜리 전 법무부 대변인은 “한쪽에는 중범죄자, 다른 한쪽에는 검사, 그리고 배심원이 될 미국인이 있다”며 대선을 법정 다툼에 비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당선되면 사법 당국을 이용해 자신의 정적을 수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정치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대선 결과 뒤집기’,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에서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총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중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서는 지난 5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과 사법방해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에 개입했으며, 자기 뜻을 따르지 않은 법무장관을 2명이나 경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