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고기를 더 드릴게요. 요즘 상추 값이 금값이어서 어찌할 수가 없네요.”
2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보쌈 전문 식당. 평소 이 식당은 보쌈을 손님들에게 내올 때 상추와 깻잎을 따로 제공했었지만 이날은 보쌈과 함께 나온 3장이 전부였다. 식당 주인 A 씨는 ‘상추를 더 달라’는 손님 요청에 뚝배기에 국물을 가득 담아 내오며 연신 양해를 구했다. A 씨는 “보쌈 전문점에서 쌈채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모순이기는 하지만 평소대로 상추를 주면 본전도 못 찾을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한 양꼬치 식당에도 ‘식자재 (가격)폭등으로 부득이하게 일부 메뉴 가격이 변경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해당 가게는 이달 10일부터 채소류가 들어가는 일부 메뉴의 가격을 인상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식자재가 없을 정도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버티다 못해 결국 가격을 올리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적상추 100g의 가격은 2088원에 달했다. 불과 1개월 전과 비교하면 126.3% 급등한 수준이다. 평년(1704원)과 비교해서도 22.5% 상승했다.
상추뿐 아니라 깻잎과 배추 등 쌈채소류의 가격은 연일 고공 행진이다. 깻잎 100g의 가격은 2530원으로 한 달 새 19.6% 올랐다. 배추는 포기당 5144원을 기록하며 1개월 전(3488원) 대비 47.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알배기배추는 2324원에서 3251원으로, 얼갈이배추는 2457원에서 4153원으로 올라 각각 39.9%, 69%의 증가율을 보였다.
쌈채소류의 몸값이 금값이 된 이유로는 이번 여름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산지 출하량 감소가 꼽힌다. 시설상추의 주산지인 충남 논산시와 전북 익산시, 충남 부여군, 충북 충주시 등이 이번 폭우의 주 피해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논산시의 경우 300㎜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으며 논산시 내에서도 농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벌곡면과 연무읍에 위치한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농넷에 따르면 이달 24일 논산시에서 전국 도매시장에 출하된 상추는 총 7톤으로 불과 하루 전인 23일 대비 1톤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개월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전국에 총 17톤이 출하됐었다.
당분간 쌈채소류 값의 고공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향후 전국적인 폭염 예보 등 높은 기온의 영향으로 상추 품위가 저하되고 정상 품위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 부진 현상이 지속되면서 큰 오름폭은 아니더라도 향후에도 장마가 지속되면서 시장 반입량이 감소함에 따라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