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로키→즉각 행동개시’ 전화공세…참모진도 밤샘 작업
이인자 때 회의론 걷고 조기 교통정리하며 당 장악 ‘속도전’…”바이든에 없던 열정·에너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직 사퇴 후 당내 교통정리를 속전속결로 마무리, 후보직을 조기에 거머쥐면서 구원등판에 쐐기를 박기까지 분주했던 물밑 속도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대선 도전을 포기하며 공식 지지를 통해 카멀라 부통령에게 바통을 넘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힘을 실어주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해리스 카드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에 유세장 피격 변수까지 더해 대세론을 굳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상대로서 약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통령 재임 기간 존재감이 미미했고 여론 조사상으로도 열세라는 점 등에서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 교체론’ 국면에서 로키로 숨죽이고 있던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권의 짐을 내려놓자마자 이인자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본선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고, 하루만에 대의원 과반 확보라는 기염을 토하는 등 지지층 결집에 나서면서 대선후보 지위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각각 ‘카멀라 해리스는 어떻게 48시간 내에 민주당을 장악했나’, ‘카멀라 해리스는 어떻게 이틀 안에 지명을 못 박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뒷얘기를 소개했다.
NYT는 “해리스는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고, 그의 팀은 대의원들을 상대로 작업했다”며 “그 일이 끝났을 때, 한 민주당 지도부의 표현대로 해리스는 ‘잘 조율된 폭포’ 속에서 지명에 쐐기를 박았다”고 전했다.
WSJ도 “해리스는 바이든이 하차하자마자 잠재적 경쟁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동안 대의원 지지를 독점하기 위해 빨리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선언이 있었던 21일 오전 바이든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뒤 워싱턴DC 해군천문대(USNO) 내 부통령 관저로 최측근들을 소집했다.
바이든에게서 사퇴하겠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지체없이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날 오후 1시 46분께 바이든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사퇴 선언문을 올린 그 순간부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명단에 따라 민주당 내 핵심 인사들에게 빠짐없이 연락해 바이든을 대신할 대선후보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해리스는 모교인 하워드대 체육복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밤까지 끊임없이 전화를 돌리면서 “당신이 내 전화를 받지 않은 채 오늘이 지나가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을 반복했다고 전화를 받은 인사들은 털어놨다.
해리스의 전화를 받은 민주당 인사 중에는 민주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은 물론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 잠재적 경쟁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NYT는 “이런 대대적 공세(blitz)는 최근 몇 주간 바이든에게서 결여됐던 종류의 활력과 에너지를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