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니피센트7, 챗GPT 출시 후 최대 낙폭…하루새 시총 1천조원 사라져
‘미저러블 7’·’소소 7’ 평가까지도…”AI 투자 효과에 의문 커져”
미국 뉴욕증시에서 ‘매그니피센트 7’을 비롯한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주가가 급락하며 주가지수까지 끌어내리자, 그동안 랠리를 주도했던 인공지능(AI) 붐이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테슬라(-12.33%)를 비롯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의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종합지수는 3.64%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이 AI에 대한 투자 효과에 의문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최근의 순환매 장세 속에서 나온 ‘건강한’ 조정이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 나스닥·S&P500, 2022년 이후 최악의 하루…빅테크 주가 ‘우수수’
이날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654.94포인트(3.64%) 내린 17,342.41에 장을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28.61포인트(2.31%) 떨어진 5,427.13을 기록했다.
이로써 S&P500은 2007년 이후 최장(356거래일)으로 하루 2% 이상 하락률 없이 이어온 장세를 마감했고, 나스닥은 2022년 10월 7일(-3.80%), S&P500은 2022년 12월 15일(-2.49%) 이후 최대 하락률을 찍었다.
나스닥100 지수는 3.65% 하락해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천384조원)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전날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12.33%)·알파벳(구글모회사·-5.04%)을 비롯해 엔비디아(-6.8%)·메타(페이스북모회사·-5.61%)·마이크로소프트(MS·-3.59%)·아마존닷컴(-2.99%)·애플(-2.88%)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인용해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률이 4.6%로 2022년 9월 이후 최대였으며, 이는 챗GPT 출시(2022년 11월)에 따른 AI 붐 이후 최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매그니피센트 7 총이익 지수’는 5.9% 하락했고, 이들 종목을 추종하는 라운드힐 상장지수펀드(ETF)는 6.1% 내렸다.
이날 하루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7천680억 달러(약 1천63조원) 이상 줄어들면서, 2012년 5월 메타 상장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현 주가는 최근 고점이던 지난 10일 이후 2주간 10% 넘게 빠지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이 기간 줄어든 시가총액 합계는 1조7천억 달러(약 2천353조원)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그니피센트 7 대신 ‘미저러블(비참한·miserable) 7’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라고 평가했고,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스티브 클레이턴은 ‘소소(그저그런·so-so) 7’이란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마켓워치는 AI 랠리를 굴러가게 하던 바퀴가 빠진 것 같다고 봤다.
이날 슈퍼마이크로컴퓨터(-9.15%)·브로드컴(-7.59%)·Arm(-8.17%) 등 반도체주 약세도 두드러졌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3배 레버지리 ETF(SOXL·-15.1%)를 비롯한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도 컸다.
S&P 500의 변동성을 추종하며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22.55% 급등한 18.04를 기록했다.
◇ “AI 피로감 속 투자 효과에 의문” vs “순환매 장세 속 조정”
블룸버그는 AI 버블이 터지는 시작을 알리는 것은 아닐지라도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맵시그널의 앨릭 영 수석 투자전략가는 “AI 인프라에 쓴 자금의 투자수익률(ROI)이 어떤지가 대단히 중요한 우려 사항”이라면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성과를 내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올스프링 글로벌투자의 네빌 자베리는 빅테크들의 AI 투자 결과물이 투자자들의 생각보다 늦게 나올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AI에 대한 피로감이 다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 전략가는 그동안의 과매수 장세, 투자자들의 높은 실적 기대감, 계절적인 약세 요인이 겹쳐 ‘퍼펙트 스톰’이 만들어졌다면서도 “강세장 속의 건강한 조정은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라고 봤다.
골드만삭스의 스콧 루브너는 자체 모델 분석을 근거로 이날 증시 부진에 따라 다음주 지수 방향과 무관하게 추세 추종 펀드(CTA)들에 미국 주식 매도 신호가 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증시 부진이 계속되면 이들 펀드가 미국(79억 달러·약 10조9천486억원)을 비롯해 세계 증시에서 329억 달러(약 45조5천961억원)를 빼가고, 지수가 상승하더라도 미 증시에서 9억200만 달러(약 1조2천499억원) 규모 매도를 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주가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견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30일)부터 엔비디아(8월 28일)까지 이어질 매그니피센트 7 내 다른 기업의 실적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26일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6월분 발표 및 30∼31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나올 금리정책 관련 신호도 주시해야 한다는 평가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캐일라 새들러 전략가는 “대형주 및 성장에 대한 전망 등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면서 “실적을 둘러싼 공포가 있더라도 실적 성장세나 펀더멘털의 강세 측면에서 더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 기술주에서 중소형주로의 순환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 속에 스트라테가스증권의 토드 손은 주가 약세가 대형 기술주의 문제라면서 “고통스럽지만 성장주를 넘어선 전체 시장에는 좋다”고 봤다. 세테라의 진 골드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조정이 대체로 예상된 바였으며, 대형주가 고평가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건강한 조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