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거명하며 지원에 감사… “인질석방 협상 중이며 성공 확신”
전쟁 후 가자 청사진 ‘비무장·탈급진화’ 제시… “한동안 안보통제권 보유”
해리스·민주의원 50여명 불참…의회밖 5천명 시위대에 “이란에 유용한 바보”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막판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미국의 신속한 군사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11월 미국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진행된 4번째 의회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에도 사의를 표하면서 반(反)이스라엘 시위대에는 “이란의 멍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2시께 워싱턴 DC의 의사당에서 진행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문명간 충돌이 아니라 문명과 야만의 충돌”이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할 때 우리는 이기고, 그들은 패배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마스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으며 이란의 주적은 미국이란 점을 강조한 뒤 “우리의 적은 미국의 적이며 우리의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이라면서 “우리의 승리가 여러분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 능력과 가자지구 통치를 소멸시키고 모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그것이 완전한 승리이며 우리는 그 이하로 타협(settle)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하마스가 항복하고 무장을 해제하며 인질을 돌려주면 전쟁은 바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협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이들의 석방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면서 “나는 이 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군사 지원과 관련, “미국의 신속한 군사 지원은 가자지구의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중동 역내에서 확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 신속한 군사 지원을 요청하면서 사용한 문구를 거론하면서 “우리에게 도구를 빨리 주면 우리는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반세기의 우정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설 도중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거명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모든 일에도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 등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결정과 관련, “ICC의 검사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사람들을 기근에 들게 했다고 비판했는데 이것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날조”라면서 가자지구의 기근 문제는 하마스가 인도 지원 물품을 훔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거짓말은 명예훼손일 뿐만 아니라 완전히 위험하다”면서 “ICC는 이스라엘의 손에 족쇄를 채워서 우리가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손이 묶이면 다음은 미국(차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가자지구 내 라파 작전시 민간인 피해자가 “실질적으로는 없다(practically none)”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 것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후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 “내 구상은 무장을 해제하고 탈급진화된 가자지구”라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재정착을 추구하지 않지만, 한동안(for the foreseeable future) 우리는 테러의 재발을 막고 가자지구가 다시 이스라엘에 위협을 제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결정적인 안보 통제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중동 구상과 관련, 트럼프 정부 당시의 에이브러햄 협정을 거론하면서 이른바 ‘에이브러햄 동맹’으로 불리는 안보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동맹을 만들 수 있다”면서 그 대상으로 이스라엘과 평화 관계에 있거나 이스라엘과 평화를 원하는 국가를 거론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에이브러햄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중재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설에서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향해 “강간범과 살인자 편에 서 있다”면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란이 반이스라엘 시위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 등을 언급한 뒤 시위대에 “여러분은 공식적으로 이란에 유용한 바보가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의회 연설을 한 것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며 생애 4번째다.
미국 의사당 밖에서는 5천여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네타냐후 총리를 ‘전범’,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총리’로 부르면서 즉각적으로 휴전할 것을 촉구했다. 영화배우 수잔 서랜든도 시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 통제선을 벗어나면서 경찰은 최루 가스를 뿌리기도 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의사당 내에서도 5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네타냐후 총리 연설에 불참하면서 항의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실시 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당연직 상원 의장이지만, 선거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고 이날 행사를 주재하지 않았다.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 중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전범’ 등의 문구가 쓰인 작은 손팻말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