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축구와 정치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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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행정 실패 반복에 팬들 등 돌려

與 막말·폭력 ‘자폭 전대’로 흥행참패

축구도 정치도 리더 오만함이 문제

‘자책골’ 만회하려면 반성·쇄신 필요

한국 축구가 요즘 이상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세계적인 골게터 손흥민·황희찬과 다른 유럽 리그에서 뛰는 이강인·김민재·이재성 등 쟁쟁한 스타들로 대표팀이 짜였는데도 하는 경기마다 고구마처럼 답답하다.

축구 행정의 문제는 더 크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물을 불투명한 방식으로 선임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축구 팬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23일 막을 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보여준 정치도 축구를 닮았다. 스타 검사 출신 한동훈, 스타 정치인 나경원·원희룡 등이 당 대표 경선 후보로 나섰지만 시종일관 난장판이었다.

문제는 여당이 참패한 4·10 총선을 당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이끈 한 후보가 다시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며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비롯됐다. 이에 친윤(친윤석열) 주자인 원 후보는 나 후보, 윤상현 후보 등과 함께 한 후보를 ‘배신자’로 몰아세웠다.

이어 김건희 여사가 총선 전 명품백 사과 의향을 밝힌 문자메시지를 한 후보가 무시했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한 후보가 여론조성팀·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후보들 간의 막가파식 공방은 급기야 합동 연설에서 지지자들 간 육탄전으로 비화했다.

전대 막판에는 한 후보가 토론회 말다툼 와중에 불쑥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 사실을 폭로하는 충격적인 상황까지 빚어졌다.

말로는 위기에 빠진 여당을 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거대 야당의 탄핵 공세를 막겠다고 하면서 사생결단의 공방만 일삼는 후보들의 행태를 보며 지지자들은 ‘자폭 전대’라는 냉소를 보냈다.

결국 전대 투표율은 당원 선거인단(84만 161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 48.51%에 그쳤다.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흥행에 실패했던 3·8 전대의 투표율 55.10%보다도 6.59%포인트나 떨어진 이번 국민의힘 7·23 전대의 흥행 참패는 자업자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8·18 전대를 앞두고 진행되는 당 대표 경선 풍경도 실망스럽다. 지역 순회 경선에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굳어지면서 제주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이 18.39%에 그치는 등 지역에 따라 지난 전대 대비 15%포인트까지 낮아진 흥행 참패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축구는 홍명보 전 울산HD 감독을 상식적인 절차조차 무시하고 선임한 게 큰 화근이 됐다.

이에 앞서 축구협회는 지도자로서의 실력에 대한 숱한 의문 제기에도 불구하고 위르겐 클린스만을 대표팀 감독에 선임했다가 ‘아시안컵 참극’을 자초했다.

이를 둘러싼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축구협회는 ‘손흥민·이강인 간 주먹다짐’이 세상에 알려진 초유의 사태를 사실상 방조하며 선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마저 저버렸다는 비난까지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 감독이 “이제 저는 저를 버리기로 했다”며 감독직 수락 의사를 밝힌 것은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축구인으로서 최고 권한과 영광을 갖는 대표팀 감독에 오르고도 마치 자신이 희생하는 양 거만을 떠는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집권당의 한동훈 신임 대표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낸 적이 있다. 지난 총선 때 경기 수원병에 출마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 지지 연설에서 “이수정은 여기서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다. 이수정이 여러분을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수정’을 ‘한동훈’으로 바꿔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그런 선민의식을 갖지 않았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축구 팬이라면 아르헨티나의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를 기억할 것이다.

1986년 월드컵 8강전에서 손으로 골을 넣은 희대의 오심 사건으로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마라도나는 마약 복용, 탈세 의혹 등의 잘못을 뉘우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수많은 잘못을 했지만 축구를 더럽히지는 않았습니다.” 국민을 실망시킨 한국 축구도 스스로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

특히 7·23 전대에서 수많은 ‘자책골’을 넣은 여당은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회골은커녕 역전골도 영영 기대할 수 없다.

서울경제 문성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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