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5일 미 대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연달아 메가톤급 대형 변수가 돌출, 선거판이 격하게 출렁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다.

지난 13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지 8일만에 또다시 미국 대선판을 뒤흔들 격랑이 몰아닥친 것이다.

고령 리스크 노출에 따른 안팎의 사퇴 압박으로 코너에 몰렸던 바이든 대통령의 하차는 사실 시간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예고돼온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전직 대통령인 대선 후보가 유세 도중 암살 미수 사건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데 이어, 대선 후보로 확정돼 전당대회에서의 지명만을 앞두고 있던 현직 대통령이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해 ‘백기’를 드는 등 대선 길목에서 초유의 상황이 계속 펼쳐지면서 충격파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역대 최고 비호감 대선으로 불렸던 이번 선거에서 전현직 대통령간 리턴매치가 무산된 가운데 잇따라 대형 변수를 만난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의 중도하차가 2024년 레이스를 뒤집어놨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갑작스레 재선 캠페인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졌으며, 바이든 대타 선출을 놓고 민주당을 전례없는 혼돈에 빠트렸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퇴가 전례없는 일이라고 촌평했다.

트럼프 피격 사건에서 보듯 미 사회가 어느때보다 정치적 분열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도중하차라는 소식을 접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충격과 함께 불확실성이 하나 걷어졌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첫 대선 TV 토론 이후 고령 리스크로 당 안팎에서 후보 사퇴 압박을 받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갈수록 거세지는 사퇴 요구에도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상을 입고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든 모습으로 강력한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노쇠함과 대비되며 후보 교체론이 다시 급물살을 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격리에 들어갔으며, 코로나 확진이 고령 리스크에 기름을 끼얹으며 출구 없는 고립 상태에 갖히게 됐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출마 강행으로는 트럼프와의 싸움에서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고, 후보 사퇴 선언과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체 후보로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불과 일주일여 만에 미국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초대형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미국 유권자들은 충격 속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시간주에 사는 아마추어 대통령 역사 연구자인 토머스 왓슨(67)은 “애석한 일이다. 그는 친절한 사람이고 우리나라를 아끼며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사랑했던 자신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하지만 자유세계의 지도자는 예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사업가로 양당 중 어느 한쪽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잉그리드 곤살레스(46)는 “솔직히 그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바이든 개인에게는 파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정보통신(IT) 업계에 종사하는 흑인 케빈 비어드(50)는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겠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하차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후보 교체에 비로소 안심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리노이주 출신 은퇴 교사 바브 카츠(59)는 “놀랐지만 마침내 결정이 내려져 행복하다. 이제 민주당은 그간의 헛소리를 종합해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대체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기대와 불안이 갈리는 모습이다.

메릴랜드주 출신의 민주당 지지자 질 레이크는 “더는 말이 안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해리스를 후보로 내세웠는데 이는 민주당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에 사는 교육계 종사자 메리 빅스(58)는 “이 나라가 흑인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다른 면에서는 불안하다. 우리가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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