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스페인독감 바이러스 활용 백신, 원숭이서 면역유도 확인”

한 번 접종으로 수십 년간 다양한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을 수 있는 범용 독감 백신(universal influenza vaccine)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플랫폼이 개발됐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과 1918년 유행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H1N1)로 만든 백신이 원숭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에 대한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켰다며 5년 내 범용 독감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조나 사샤 교수팀은 20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헤르페스계 바이러스인 거대세포바이러스(CMV)에 표적 병원체의 조각을 삽입, 기억 T세포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독감은 원인 바이러스가 다양한 데다 변이도 빨라 범용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 현재는 매년 유행이 예상되는 3~4개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3~4가 독감 백신을 만들어 접종하고 있다.

또 이들 백신 대부분이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 외피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항체를 피하기 위해 계속 변이를 일으키는 점도 범용 백신 개발을 막는 걸림돌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사람이 쉽게 감염되고 증상이 경미하거나 거의 없는 거대세포바이러스를 전달체로,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 대신 내부 구조 단백질을 항원 물질로 사용하는 백신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는 주효 기억 T 세포(effector memory T cell)라고 하는 폐의 특정 유형 T세포가 계속 변이를 일으키는 외피 단백질이 아닌 내부 구조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장기간 유지되는 면역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론에 기반을 둔 것이다.

내부 구조 단백질은 시간이 지나도 잘 변하지 않아 T 세포가 오래된 독감 바이러스나 새로 진화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모두 찾아내 파괴할 수 있는 고정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CMV 벡터에 1918년 세계를 휩쓸어 수천만 명이 희생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의 내부 단백질을 삽입해 백신을 만들고 이를 원숭이에게 접종했다.

이어 고위험병원체 취급이 가능한 생물안전 3등급(BL3) 실험실에서 백신 접종 원숭이와 비접종 원숭이를 H5N1 바이러스에 노출했다. H5N1은 다음 대유행(팬데믹) 초래 가능성이 큰 병원체로 꼽히는 바이러스다.

그 결과 접종 원숭이 11마리 중 6마리에서 강력한 면역 반응이 유도됐으나 접종하지 않은 대조군 6마리는 모두 H5N1에 감염돼 병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백신에 의해 유도된 면역력은 바이러스 감염과 폐 손상을 막을 만큼 강력해 원숭이를 심각한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샤 교수는 “5~10년 안에 한 번만 맞는 독감 예방주사가 현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플랫폼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를 비롯한 다른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에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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