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친구로 생각…주변서 현상황 잘 알리지 않은 것 같아”
트럼프 재임 중에 경제 분야 등에서 ‘예상 밖’ 협력 유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 취임 즉시 남부 국경 폐쇄’ 방침을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현 상황을 알려 주겠다고 밝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그(트럼프)의 주변에서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비전을 가진 지적인 사람”이라며 “그는 아마 알지 못할 수 있지만, 그에게 일어난 사건(피격 사건)에 대해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난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나는 그와 좋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고, 그를 친구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해 ‘신나치주의자’라고 비난하고 국경장벽 계획에 대해서도 ‘위선과 잔인함의 기념물’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그러나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트럼프 재임(2017∼2020년) 시절엔 교역이나 중남미 이민자 문제 등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예상 밖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시기 두 나라는 캐나다와 함께 2020년 7월 1일에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신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발효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후인 2020년 9월에 백악관으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초청해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더 밀접한 적은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불법 이민자들의 침공을 막지 않는다면 미국에는 어떤 희망도 없다”며 “우리는 남부 국경의 침략을 중단시킬 것이며, 이를 매우 빨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이 양국 정상으로 다시 재회할 일은 현재로선 없다.
미국 대선은 11월에 진행되고, 차기 대통령은 내년 1월에 취임한다. 현 멕시코 대통령 임기는 올해 9월 말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