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성에 문제가 생기는 ‘구음장애’ 동반
원인 모를 두통·갑작스런 시각장애도
조기 진단·신속한 치료·생활습관 중요
61세 여성이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발성이 명확히 되지 않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말을 해도 주위 사람들이 잘 알아듣기 어려워졌다. 평소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 약을 먹고 있기는 하였지만 건강상 다른 이상은 없었다.
목이 쉬었다고 여겨 말을 줄이고 자가 치료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동네 의원을 찾았더니 곧바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되었고 구음(口音)장애 원인이 뇌졸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뇌졸중은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이 막히거나 파열되면서 발생하는데 혈액 공급이 끊기면서 해당 부분 뇌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뇌동맥이 막히면 뇌세포로의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차단되어 몇 분 이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하며, 뇌동맥이 파열되면 혈액이 뇌세포를 압박하고 훼손한다.
뇌졸중은 대부분 뇌동맥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허혈성(뇌경색)이지만, 일부는 뇌동맥이 파열되는 출혈성(뇌출혈)이다.
뇌졸중의 증상과 징후는 빠르게 나타날 때가 흔하지만, 몇 시간에서 여러 날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 증상과 징후는 뇌졸중 유형과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다양하다.
갑자기 착란 증상이 나타나거나, 말하거나 남의 말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몸의 왼쪽이나 오른쪽 한편의 힘이 빠지거나 이상 감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원인 모를 심한 두통이나 갑작스러운 시각장애가 생길 수 있다. 어지럽거나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렵거나 잘 걷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뇌졸중 환자의 20∼30%에서 상부 운동 신경원이 손상되면서 전형적인 증상인 한쪽 마비가 생기지 않고 앞에 말한 여성처럼 발성에 문제가 생기는 구음장애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뇌졸중을 조기에 의심해 볼 수 있는 자기 진단법으로 ‘FAST’ 검사가 있다. ①웃을 때 얼굴의 좌우 모양이 다른지 보고(Face) ②한쪽 팔·다리의 힘이 약하거나 처지는지 확인하며(Arm) ③발음이 어눌하고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하는지 보고(Speech) ④한 가지 증상이라도 의심되면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한다(Time to call 119).
뇌졸중은 심부(深部)정맥혈전증, 오줌누기 장애, 배변 장애, 골다공증, 근감소증, 언어장애, 인지장애, 기억력장애, 간질 발작, 시력 청력 촉각 장애, 그리고 삼킴장애 등 수많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에 조기에 의심해 되도록 신속히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식생활과 운동 등 생활 습관 교정이 매우 중요하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과일·채소를 충분히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아울러 절주·금연을 실천하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기저 질환이 있다면 적절히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뇌경색이 발생한 적이 있다면 주치의 판단으로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처방받아 뇌경색 재발을 예방해야 할 수도 있다.
뇌졸중은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예후(치료 경과)에 매우 중요하므로 조금이라도 뇌졸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119에 전화해 최대한 빨리 치료받아야 할 것이다.
[미주 한국일보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