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단독 회동서 “국가 위해 그만둬야” 요구
하원 원내대표와 후보지명 절차 연기도 추진…바이든, 지도력 의문제기에 ‘격노’
지금껏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편에 서서 대선 완주 입장을 지지해왔던 민주당 지도부도 후보 사퇴론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ABC뉴스는 17일(현지시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연임 도전을 끝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편이 국가와 민주당을 위해 더 공헌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머 원내대표는 당초 사퇴 없이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였다.
그마저 후보 사퇴론에 가세한 것은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을 수 없다는 비관론이 확산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또한 슈머 원내대표는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후보 지명 절차를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내달 초 화상 투표를 통해 전당대회 일정보다 조기에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슈머 원내대표 등이 후보 지명 절차 연기에 나선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확정될 경우 자진 사퇴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상원과 하원 원내대표가 손을 잡은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당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완주를 지지하는 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물밑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와 함께 이미 후보 사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선을 완주할 경우 연방 하원의 다수당 자리도 공화당에 빼앗길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가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오랜 친구인 펠로시 전 하원의장에게 이 같은 말을 들은 바이든 대통령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공개적인 사퇴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측근인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정부 2기가 출범할 경우 민주주의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후보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민주당 소속 의원은 시프 의원이 20번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중도파 민주당 의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문제 제기에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제이슨 크로(콜로라도) 하원의원이 ‘통수권자로서의 지도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확신이 떨어지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거친 표현과 함께 강하게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능력 있는 지도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외국 정상이 있으면 이름을 대봐라”며 “그따위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고 화를 냈다.
참석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함을 질렀다. 재앙과 같은 회의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최근 후보 사퇴론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반발이 한층 누그러졌고, 열려있는 자세를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개적으로 의회 인사들의 의견을 계속 청취하고 있다”며 “(후보사퇴론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처럼 반감을 보이진 않는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과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교체후보로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면, 최근에는 “해리스를 내세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로 어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