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소득 가구, 무더위 속 단전 우려…남유럽도 ‘지옥 같은’ 폭염

올여름 미국 각지에서 역대 가장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이웃 나라 캐나다에는 하루에 1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이변이 지구촌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 달 미 중서부에서 시작된 폭염이 동북부까지 확산하면서 뉴욕, 워싱턴DC 등 대도시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에서는 도로들이 폭우로 물에 잠겼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의 최고 기온은 역대 가장 더운 40도를 기록했다.

워싱턴DC의 기온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으로 화씨 100도(섭씨 약 37도)를 넘겼는데, 이는 1930년 이후로 처음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인근 도시 뉴욕에서도 이날 하루 종일 폭염 경보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두 도시의 대중교통도 마비가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무더위에 그대로 노출된 철로 장비들이 고장 나면서 이날 뉴욕과 인근 뉴저지주를 잇는 통근열차 일부가 취소 혹은 지연됐다.

메릴랜드주와 워싱턴DC를 잇는 MARC 통근 열차와 워싱턴 시내 지하철 일부 노선도 이날 더위로 인해 제한된 속도로 운행했으며, 열차 지연도 잇따랐다.

이처럼 미국 전역에서 며칠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날 미국 인구 1억3천만명 이상이 폭염을 경험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일기예보 기관 웨더벨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앞으로 일주일간 미국에서 약 2억2천700만명이 화씨 90도(섭씨 약 32도)를 넘는 무더위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한 저소득층 가구들이 전력 공급이 중단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름철에 저소득 가구가 폭염에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거나 밀린 가구에도 즉각 단전을 하지 않는 예방 조치가 의무화된 곳은 미국 전체 50개 주 중 단 19개 주와 워싱턴DC뿐이다.

나머지 31개 주에서는 이러한 예방 조치가 없어 경제적으로 취약한 수백만 가구가 오르는 전기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더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이날 이웃 나라인 캐나다 동부 토론토에서는 하루에 10㎝가 넘는 폭우로 도로와 지하철역이 물에 잠겼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토론토 당국은 토론토 북부와 시내를 잇는 돈 밸리 파크웨이 등 주요 도로 여러 곳이 물에 잠겨 폐쇄됐으며, 도로가 물에 잠겨 고립된 인원 1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토론토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지하철역인 유니언 스테이션도 물에 잠겨 역 안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지하철이 해당 역을 통과 운행했다.

지난달부터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도 여전히 더위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뜨거운 공기가 남유럽과 발칸 반도를 덮치면서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40도가 넘는 무더위가 관측됐다.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아드리아해의 수온은 30도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세르비아에서는 이날 일일 전기 소비량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한 스페인 관광객은 이날 AP에 “지옥처럼 덥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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