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30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주기기를 비롯한 원전 핵심 설비를 수출하는 것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약 15년 만이다.

체코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현지 시간) 두코바니·테믈린 지역에 신규 원전 4기를 짓는 프로젝트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계통 건설 참여 등 성과를 낸 적은 있지만 원전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 등 주기기 공급·건설 등 패키지 계약을 따낸 것은 처음이다.

한수원은 한국형 원자로 ‘APR 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의 요구에 따라 용량을 낮춘 ‘APR 1000’ 공급을 제안했다. 총 사업비는 최대 30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단일 프로젝트 수주로는 종전 최고 기록인 UAE 바라카 원전(20조 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액이다. 관련 산업의 수출 효과까지 감안하면 1년 수출액의 5%를 수주한 셈이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순공사비는 19조 438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 중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와 주설비 공사 등으로 8조 5480억 원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계통 설계를 담당하는 한전기술은 약 3조 6110억 원, 시운전·정비 등을 담당하는 한전KPS는 1조 7860억 원을 공사비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은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와 올해 말 예비계약, 내년 3월 본계약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입찰 단계부터 수차례 수정본을 주고받으면서 양측이 의사소통을 해왔기 때문에 협상이 깨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한국은 2017년 약 22조 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최종 수주는 실패한 바 있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15년 전 UAE에서 맞붙었던 프랑스와 재대결을 벌였는데 ‘팀코리아’가 또다시 승전보를 울리게 됐다”며 “최종 계약까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욿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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