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이전보다 차분…목멘 듯 감정에 북받친 모습도”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불참…기조연설자 명단에도 없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미수 사건 이틀만인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하며 ‘감격의 복귀’를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매체들은 지난 13일 유세 도중 총격으로 다친 지 48시간 만에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전과 달리 차분하고 감정에 북받친(emotional)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빨간색 넥타이 차림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수 리 그린우드가 부르는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God Bless the USA·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걸어 나왔다.

총격으로 다친 오른쪽 귀에 흰색 거즈 붕대를 한 그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행사장을 가로지르며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는 “감사하다”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귀빈석으로 가 폭스뉴스 전 진행자인 극우 논객 터커 칼슨,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플로리다) 등과 악수한 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손을 잡고 차남 에릭을 가리켰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청중들은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 ‘싸우자(fight), 싸우자’ 등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싸우자’는 이틀 전 피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하며 부르짖은 말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간간이 주먹을 가볍게 흔들었으며, 청중을 향해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싸울 기분이라기보다는 목이 멘 것처럼 보였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가 첫 대선 캠페인을 시작할 때 금색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왔던 이후로 이날만큼 기억에 남는 입장은 없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차분하고 감정에 겨운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짓궂고 능글맞은 웃음이나 찌푸린 표정, ‘빌리지 피플’의 노래에 맞춰 어깨를 흔드는 춤 등 유세 때 보이던 특유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모습은 이날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연약함이나 부드러운 면모를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고 다른 이의 나약함을 조롱하곤 했으나 이날은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의 거대함에 압도된 것처럼 보였다”고 묘사했다.

WP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평소답지 않게 차분하고 눈에 띄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WP는 또 “감정에 북받쳤던 대망의 트럼프 등장은 그가 6월27일 첫 번째 대선 토론 당시 여러면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둔 뒤 이어진 2주여의 여정에 걸맞은 정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WP는 “트럼프의 올해 선거운동에서 가장 성공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날 다른 VIP들 사이에서 부인이자 전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부재가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앞서 발표된 전당대회 참석 주요 인사와 기조연설자 명단에도 빠져 있다. 이는 대선 후보의 부인이 공식 후보지명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오랜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 고문은 멜라니아 여사가 남은 전당대회 일정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WP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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