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트럼프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부통령 후보로 밴스 의원 선출
트럼프, 무소속 후보와 회동…통합 메시지에도 연사들 바이든 맹비판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피격으로 부상 당한 지 이틀 만에 진행되는 이날 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돼 백악관 탈환을 위한 선거 운동에 본격 나서게 됐다.
사실상의 대관식 같은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 이번 행사는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TV토론 이후 정치적 위기를 맞은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 당시 불굴의 강인한 이미지를 보이면서 당내에서 대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다.
피격 사건 이후 통합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중도 공략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와 만나 자신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광폭 행보에도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귀에 거즈를 붙인 채 행사장을 찾았으며 올해 39세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공화당은 이날 파이서브 포럼에서 막을 올린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호명 투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천387명의 대의원 지지를 받아 세 번째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차기 정부 국정 비전과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이후에 연설문에서 국민적 통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다시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수락 연설에 대해 “나라 전체와 세계 전체를 함께 뭉치게 할 기회”라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은 대선후보 지명과 함께 새 정강·정책(platform)도 채택했다.
공화당이 지난 8일 공개한 새 정강·정책은 대외 정책에서는 국익을 외교의 중심에 두고 동맹의 방위 투자 의무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체적으로는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메시지를 축약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밤 9시께 전당대회 행사장을 찾았다.
귀에 거즈를 한 그는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입장했으며 수시로 ‘고맙다’고 인사를 했으며 특유의 주먹을 불끈 쥐는 제스처를 취해 참석자들의 환호에 답했다. 그는 이후 귀빈석에 앉아서 오후 9시52분께 행사가 끝날 때까지 찬조 연설을 지켜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에 처음으로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에는 무소속인 케네디 주니어 후보와 비공개 회동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포함한 다자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도 이탈하는 것이 확인되자 외연 확장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케네디 주니어 후보측은 후보직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낮에는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밴스 의원은 이후 전당대회 행사장을 찾아 인사했으며 공화당은 구두 투표로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날 전당대회에는 정치인 및 일반인 등이 나와 찬조 연설을 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피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찬조 연설자들에게 연설 내용을 변경하지 말 것을 권고했으며 이 때문에 연설에서는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 및 성과)에 대한 고강도 비판과 함께 마가노믹스(트럼프 전 대통령 경제정책)에 대한 칭찬이 주를 이뤘다.
웨슬리 헌트 하원의원(텍사스)은 바이든 정부는 로널드 레이건이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잔인한 세금이라고 부른 인플레이션을 부과했다”면서 “65%의 미국인은 다달이 월급으로만 살고 있다. 왜냐면 돈의 가치가 날마다 낮아지고 있고 식료품 가격은 치솟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재앙’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에도 무사한 것을 ‘신의 기적’으로 칭송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한때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고, 이후엔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던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만약 토요일 전에 기적을 믿지 않았다면 이제는 믿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 대회 행사장 주변은 일반인 통행이 제한되는 등 보안 조치가 강화됐다.
연방수사국(FBI), 비밀 경호국(SS) 등은 피격 사건 이후 보안 계획 변경 여부를 검토했으며 경호국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토요일 피격 사건 이후 우리는 계획을 검토하고 강화했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보안 구역 밖에서는 반(反)트럼프 진영의 시위가 진행됐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행진 연합’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3천여명이 참석해 여성, 성소수자, 이민 등과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