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최저임금 제도 개선 필요성을 밝힌 것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하는 위원회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위원회 방식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목적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정할 때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되레 노사 갈등을 심화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이 마치 개별 기업 노사가 임금 협상을 하듯이 진행돼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결정 구조·기준 등 그동안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며 제도 개선에 나설 뜻을 밝혔다.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논의체다. 위원 구성상으로는 힘의 배분이 됐다. 실제 심의에서는 노사가 어느 수준의 임금 인상(삭감)을 주장하고 양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노사 모두 주장만 남고 만족할 만한 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래 노사 합의는 일곱 번에 불과하다. 특히 노사가 서로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요구안을 먼저 제시하고 이견을 좁히는 심의 방식이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노(근로자위원)의 최초 요구안 범위는 16.4~26.9%다. 반면 사(사용자위원)는 -4.2~0%다. 양측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이 극심한 노사 갈등은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논의 범위를 정하고 표결과 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최저임금위 위원장을 배출한 공익위원 입장에서 심의를 마쳐야 하는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다. 매년 최저임금은 8월 5일 고시일 이전에 정해졌다. 물론 민간 노사 사업장 임금 협상이라면 공익위원은 노사가 원하는 중간 지점에서 적당한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내년에만 영향 근로자가 최대 301만 1000명으로 추정되는 국가 단일 임금이다. 또 26개 법령과 연결되는 정부 정책의 중요 기준이다. 최근 공익위원이 합의가 어렵자 여러 산식을 만들거나 활용해 최저임금 기준을 정하는 상황도 무관하지 않다.

우려는 공익위원의 운영과 임금 수준을 놓고 노사 모두 불만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그동안 공익위원이 정부 편향 인사로 구성됐다며 여러 차례 사퇴를 요구해왔다. 올해 심의에서 결국 업종 구분 표결을 앞두고 투표 방해까지 했다. 경영계도 최저임금이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10년간 노사가 최저임금 결정 후 이의 제기를 한 결정 연도는 여덟 번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래 한 번도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상황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노사 갈등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해외 최저임금 제도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위원회 방식을 둔 국가는 일본·영국·멕시코 등이 꼽힌다. 미국은 일반 법률처럼 국회가 최저임금을 정한다. 산별 교섭이 자리 잡은 독일은 단체협약으로 전체 노사의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년 임금 상승률에 근거해 자동 조정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은커녕 단일 사안 변경에 대한 입법 논의조차 막혔다. 21대 국회에서도 대통령 소속 기구로 최임위 성격을 변경하는 안을 비롯해 취임위 위원 구성·인선 제도 변경, 최저임금 결정 근거 공개, 지역 및 연령 구분 적용 등 31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임무송 숙명여대 경영전문대 특임교수는 “10%대 초반으로 노조 조직률이 낮은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집단적 중앙 임금 교섭 방식은 노사 갈등을 확대하고 (노조의) 투쟁 수단으로 심의를 변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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