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치 선임은 제가 축구협회에 사령탑 수락 조건으로 요청한 사항입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에 나선 홍명보 감독은 “외국인 코치 선임은 대표팀 사령탑 수락 조건으로 자신이 요청한 내용”이라며 “나를 보좌할 외국인 코치의 철학과 비전 등을 직접 듣기 위해 유럽 출장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을 만나 “이번 유럽 출장의 핵심은 앞으로 2년 반 이끌 외국인 코치 선임”이라며 “축구에 대한 철학, 비전,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 등을 감독인 제가 직접 듣고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직접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달 7일 축구 대표팀의 새 감독으로 내정된 홍 감독은 이전에 이끌던 K리그1 울산 HD에선 10일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축구협회는 13일 홍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후 통상적으론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업무를 시작하는데, 이번엔 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유럽 출장을 먼저 가게 됐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 축구의 핵심이 ‘코치 분업화’다. 얼마나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끌어내 극대화할지가 제 몫”이라며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간 많은 외국인 코치가 한국에 와서 활동했으나 효율적이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국인 코치와의 관계 등을 제가 잘 조율해가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코치 후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으나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감독 선임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며 새로운 ‘홍명보호’가 기대보다 우려 속에 출범하는 데 대해선 “많은 분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 어느 나라로 출장을 떠나는가.
— 아직 성사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목적지를 직접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다, 일단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으로 갈 계획이다.
▲ 대표팀 코치진 구성은 어느 정도 단계까지 와 있나.
— 축구협회와 계속 검토 단계에 있다, 물론 저도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짓지는 못했다.
일단은 현지에서 나가서 외국인 코치 후보들과 면담해서 결정하고, 이후에 한국인 코치를 정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계속 구상 중이다.
▲ 외국인 코치 선정 과정 및 검증은 어떻게 이뤄졌나.
— 축구협회는 물론 저 개인적으로 외국인 코치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받았고, 전체적으로 코치진 구성의 틀을 만들어 놓고 면담이 가능한 코치들과 ‘이 정도면 대표팀에 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된 후보들을 추출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이제 면담을 해봐야 한다.
▲ 유럽 출장에서 대표팀 선수들도 만날 계획인가.
— 유동적이다. 선수들이 프리 시즌을 치르고 있어서 만날 수 있는지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 여러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 대표팀 감독 선임 이후 이를 놓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데, 솔직한 심정은.
— 저번에 말씀드린 것 같이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어떻게 하면 강하고 좋은 팀으로 만들어 가느냐가 제 머릿속에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많은 분의 걱정과 기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에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
▲ 대표팀 감독으로서 어떤 축구를 해나갈 생각인가.
— 대표팀에는 경기를 앞두고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예전에 대표팀 사령탑을 경험했다고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예로 들면 대표팀의 경기력 외적인 문제들은 금방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결과적으로 대표팀만의 규율이 아니라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와서 편안하고 즐겁게 ‘강한 마음’으로 축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런 것은 충분히 짧은 시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색깔 자체는 선수들이 제일 잘 할 수 있고, 축구협회가 최근 발표한 ‘축구 철학’에 부합하려면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다.
▲ 대표팀 후배들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양한 반응을 내고 있는데.
—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선·후배를 떠나 한국 축구를 위해서는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나쁘지 않다. 이런 얘기들을 잘 담아내서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이제 현장에 있는 사람이고, 대표팀을 이끌어 가야 하는 사람인 만큼 그런 의견들을 잘 받아서 대표팀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 귀국 일정은.
— 일주일 정도 예상한다. 다만 해외파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어 귀국 날짜는 유동적이다.
▲ 대표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 선수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닌 만큼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 특정 선수들을 위해 메시지를 주는 것보다는 대표팀의 문화를 먼저 정립을 한 뒤 필요한 선수들이 들어오면 그때 메시지를 줘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 외국인 코치 선임이 ‘의리 축구 방지’를 위한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는데.
— 절대 아니다. 외국인 코치 선임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내가 직접 요청했다. 대표팀 감독 수락 조건에 내가 넣은 내용이다. 축구협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저는 안 할 거라고 요청한 부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