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위기 넘긴 트럼프 ‘대관식’ 분위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중 피격이라는 중대 변수가 발생한 가운데, 공화당은 15일부터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11월 대선에 나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식 지명하는 한편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를 선보이고, 주요 공약과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행사다.
공화당은 부상한 트럼프 전 대통령 참석 하에, 전대를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했다.
따라서 공화당은 3일차인 오는 17일 부통령 후보의 수락 연설에 이어 최종일인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트럼프 집권 2기 비전’을 밝히고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부터 시작해 지난달 마무리된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이미 지난 3월에 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한 바 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당 후보로 나선 2016년 대선과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던 2020년 대선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등극한다.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5일 대선을 110여일 앞두고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쟁터’로 꼽히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최하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일찌감치 ‘트럼프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정치적 상황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체로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첫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81세)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문제를 드러낸 뒤 민주당이 후보교체론으로 자중지란에 빠지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만히 앉아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그러던 차에 1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도중 발생한 피격 사건과 피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치켜 들며 보인 대담한 모습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힘을 싣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공화당이 ‘트럼프 정당’으로 변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생명을 잃을 위기를 극적으로 돌파한 서사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전대는 마치 ‘트럼프 대관식’을 방불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상 트럼프, 개최지로 이동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대 개막 전날인 이날 전대 개최지인 밀워키로 이동함으로써 나흘간의 전대 행사에서 공식 후보 지명 이전에도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어제의 끔찍한 일로 인해 내 위스콘신 방문과 공화당 전당대회 (참석)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 했으나 나는 ‘총격범’ 또는 암살 용의자가 일정표나 다른 어떤 것을 강제로 바꾸게 할 수는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밀워키로 이날 오후 출발한다고 밝혔다.
승리 자신 트럼프, 후보수락 연설서 바이든 공격보다 ‘통합’ 강조 가능성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그간의 극단적이고 분열적인 메시지나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보다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은 포용적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다음날인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단결해 미국인으로서 본성을 보여주고, 강하고 결연하게, 악이 승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전당대회는 ▲ 15일에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경제) ▲ 16일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이민·범죄) ▲ 17일 미국을 다시 강하게(외교·안보) ▲ 18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국정 전반) 등을 주제로 각각 진행된다.
정해진 주제가 있지만 트럼프 피격이라는 중대 사태가 벌어진 만큼 그 문제가 전당대회장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찬조 연설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모토 하에 반트럼프 공세에 선거 전략을 집중해온 것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찬조연설자 명단에는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새롭게 포함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공개한 주요 연설자 명단에 없었던 헤일리 전 대사가 연설자로 추가된 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사건 영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포용과 통합’ 행보
대선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는 당내 온건파를 의식해 ‘포용과 통합’ 행보에 나선 측면이 엿보인다.
연설자 명단에는 부통령 후보로 이름이 거론돼 온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J.D. 밴스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이 포함됐다.
또 한때 러닝 메이트 후보로 주목받았던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엘리스 스테파니크 하원의원(뉴욕)과,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로 주목받았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초강경 친(親)트럼프 인사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과 함께 1·6 의사당 폭동 사태에 대한 의회 증언을 거부해 수감됐다가 형기를 마치고 17일 석방될 예정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책사’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장 등도 연설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극우 논객 터커 칼슨, 래퍼 앰버 로즈,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 격투기 단체 UFC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나 화이트 등 비정치인들도 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가족 중에서는 장남 도널드 주니어와, 그의 약혼녀 킴벌리 길포일, 차남 에릭 및 부인 라라 트럼프가 이름을 올렸다.
전국적 관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에 쏠린 가운데, 이번 전대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부통령 후보 발표는 전대 1∼3일차인 15∼17일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격 사건을 겪은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와 관련, “이미 강화된 수준의 경호를 받고 있고, 나는 그를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재원과 역량, 보호수단을 그에게 제공할 것을 비밀경호국(SS)에 일관되게 지시해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비밀경호국 국장에게 공화당 전당대회를 위한 모든 안전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비밀경호국은 전당대회 안전 계획에 변화는 없다면서 전당 대회 안전 확보에 “전적으로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