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어 미국도, 전세계 정치 양극화 그늘 속 공포…”터질 게 터졌다”
“美 정치폭력 저주받은 역사에 어두운 장 열어”…분열 제동 계기될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관식이라 할 수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13일 발생한 피격 사건은 대선을 앞두고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는 미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달말 바이든 대통령의 ‘TV토론 참사’를 계기로 지지율 격차가 다소 벌어지긴 했지만,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로 치러지게 된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접전 양상이 펼쳐지면서 미국 사회는 두쪽으로 갈라진 모습을 보여왔다.
진영간 ‘증오의 정치’도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다.
유럽 내 테러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전직 대통령 출신의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가 현실화함에 따라 전세계가 정치 양극화의 그늘 속에 공포에 시달리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준 이번 사건이 미국내 분열과 증오의 정치에 브레이크를 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CNN 방송은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미국내 정치 폭력의 저주 받은 역사에 어둡고 으스스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이번 사건이 현대사에 있어 가장 긴장된 시기에 이미 분열된 나라를 뒤흔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후보 지명 수락을 불과 며칠 앞두고 유세장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 및 미국 국민의 지도자 선택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의 오피니언을 통해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이번 사건을 평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미국을 경악하게 했지만, 이번 사건이 생각만큼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며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정치 상황을 비판했다.
털리 교수는 지난 몇 달간 정치인과 언론, 평론가들이 서로 상대 진영에 대해 난폭한 말들을 쏟아내 왔으며, 분노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은 이런 정치적 수사에서 정당성을 찾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의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정치 영역에서 이처럼 이성을 잃은 비난이 오가고 있었던 만큼 이런 사건이 터진 것도 놀랍지 않다는 것이다.
털리 교수는 험한 표현을 사용한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이 실제로 폭력을 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극단적인 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지세 결집을 위해 이를 이용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1800년 선거에서도 토머스 제퍼슨과 존 애덤스 지지자들 사이에 지금처럼 분노를 담은 비난이 오갔고 결국 전국적인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며, 분노는 중독성, 전염성이 있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는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행동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분노의 시대'(age of rage)에 살고 있고, 아마도 지금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英 언론 “‘선거의 해’ 미국 폭력 증가세 와중에 사건 벌어져”
영국 가디언도 이날 사건이 미국 내에서 정치 폭력이 증가하는 와중에 벌어졌다고 짚었다.
밥 페이프 시카고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정치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보복 위협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정치전략가였던 민주당의 데이비드 액슬로드는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순교자'(martyr)로 추앙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액슬로드는 더힐에 “다음 주 공화당 전당대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일종의 순교자로 환영받을 것”이라며 “그가 전당대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액슬로드는 이어 “처음부터 매우 격렬한 선거였으며, 이제는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 어려워졌다”며 향후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디언도 총격범이 누구인지, 그가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가졌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이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선거의 해’를 더 격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